1호선 개통에 ‘어르신 핫플’된 연천…“괜히 왔다” 불만, 왜?

이준희 기자 2024. 10. 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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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천은 어르신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지하철 1호선이 연천의 청산역-전곡역-연천역까지 개통되며 노년층 발걸음이 이어진 덕이다.

이 안내소는 연천역 개통 두달 만인 지난 2월에야 문을 열었는데 이마저도 기간제 직원 1명에 더해 한탄강 지질공원 해설사들이 교대제로 1명씩 근무해 총 2명이 모든 안내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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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관광객들이 지난 9일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연천역에 마련된 연천 쌀과 율무로 만든 각종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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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네, 왔어. 드디어 연천이네. 역 근처에 기가 막힌 돈가스집이 있다니까 그것부터 먹자고!”

한글날인 9일 오후 3시께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연천역 플랫폼에 열차가 들어서자 객실 내부가 들뜬 목소리로 가득 찼다. 승객은 주로 60대 이상으로 보였는데, 화려한 색의 셔츠로 멋을 내거나 목에 카메라를 건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열차가 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내렸다. 어림잡아도 100명은 넘는 인파였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서 왔다는 최아무개(73)씨는 “텔레비전에서 연천이 나오는 걸 보고 남편과 함께 왔다”며 “이번이 첫 연천 방문인데 기대된다”고 했다.

최근 연천은 어르신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지하철 1호선이 연천의 청산역-전곡역-연천역까지 개통되며 노년층 발걸음이 이어진 덕이다. 연천역과 전곡역은 올해 1~8월 하루 평균 1313명, 1103명이 하차했다. 배차 시간이 1시간에 이르고, 역이 38선 이북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다. 전곡역 앞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는 장규흥(63)씨는 “지하철 개통 뒤 등산복 입은 어르신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특히 장날이면 역 주변이 바글바글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주요 관광지를 도는 연천군 시티투어버스는 이미 운영이 끝났고, 대중교통으로는 재인폭포나 댑싸리공원 등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기까지 왔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며 불만을 쏟아냈지만, 역 앞에 마련된 관광안내소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서 온 김순자(80)씨는 “연천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안내문도 없고 차도 운행을 안 해서 그냥 집에 가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티투어버스 운행이 마감돼 갈 곳을 잃은 어르신 관광객들이 지난 9일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연천역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노선을 확인하고 있다. 김순자씨는 “오늘은 아무것도 못 보고 가니까 댑싸리공원에 가는 버스 시간표라도 알아보고 싶다”며 꼬깃꼬깃하게 접은 종이에 버스 번호와 내릴 정류장 등을 적어 갔다. 이준희 기자

이처럼 관광객들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건 이들을 맞을 준비가 미비한 탓이다. 이날 오전 10시, 오후 1시,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는 오전 9시 전에 이미 예약이 마감됐다. 안내소 관계자는 “방문객과 비교하면 버스 운행이 턱없이 적다”며 “쏟아지는 불만과 고성을 감당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이 안내소는 연천역 개통 두달 만인 지난 2월에야 문을 열었는데 이마저도 기간제 직원 1명에 더해 한탄강 지질공원 해설사들이 교대제로 1명씩 근무해 총 2명이 모든 안내를 맡는다. 일부 수당(하루 7만원꼴)만 받고 사실상 봉사직으로 일하는 해설사들 사이에서는 “군이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겼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군은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천군 관광기획팀 관계자는 “시티투어버스를 한대만 더 운행해도 1년에 2억~3억원 정도가 든다”며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지만 당장 투어버스를 추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질공원 해설사분들이 관광지에 대해서 가장 잘 소개할 수 있어서 안내를 맡긴 것”이라며 “앞으로도 안내소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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