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칼럼] 외국인력 도입보다 지방경제 활성화가 우선
1990년대 초 우리나라는 극심한 인력부족 사태를 겪은 적이 있었다. 서비스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제조업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대거 노래방, 호프집 등 서비스 업체로 전직하는 바람에 중소제조업에서는 인력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노동시장을 면밀히 분석한 전문가들이 문제는 인력 부족이 아니라 인력의 운용, 배분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당시에도 주부, 고령자, 장애인, 청년 등 실제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의욕도 있는 200만 이상의 유휴 가용인력이 있는데도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고, 3D 제조업 기피 풍조로 기존 제조인력이 빠져나가 서비스업에 흡수되는 바람에 막상 제조업에 인력이 부족하게 되었던 것이다.
중소제조업에서는 급한대로 외국인력을 데려다 쓸 수 있게 허용하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였다. 외국인을 산업연수라는 명목으로 들여와 중소제조업에서 일하게 하자는 것인데, 문제는 이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기술연수를 시킬만한 역량이나 의지가 없다는 점이었다.
외국인으로라도 공장을 돌리겠다는 단순 미봉책에 불과하며 기업의 자체 회복력, 경쟁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10년간이나 유지되었다. 당시 중소제조업의 인력부족 상황이 너무도 심각한데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편법이지만 당분간 이를 유지하며 기업에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자는 현실론 때문이었다. 많은 비판에 직면한 산업연수생 제도는 2004년에 합법적인 고용허가제로 바뀌었지만 중소제조업의 비숙련 외국인력 의존 경향은 여전하다.
지금은 중소제조업 뿐 아니라 지방 소재 대기업 공장도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있고 높은 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주량이 늘어나는데 막상 이를 건조할 숙련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 인력의 16%가 외국인인데 지난해에는 신규채용 인력의 86%가 외국인이었다고 한다. 조선업체에도 많은 외국인력이 그 자리를 채워야 가동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대통령부터 중앙정부, 주정부,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해외의 대기업에게 막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경쟁하고 있다. 실제 삼성, 현대, LG 등 한국 대기업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들은 미국의 대도시가 아닌 옥수수밭 등 농촌 지역에 있는데도 정부가 공장 건설에 막대한 세제 지원, 행정편의 제공, 산업용수·에너지 공급을 위한 인프라, 도시에 못지 않은 생활기반 시설을 조성해 주기 때문에 지원자가 몰려 신규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지원을 대기업에 제공하려고 한다면 대기업, 재벌 특혜라고 온갖 비난이 난무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기업환경이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한다. 지방에 대기업 공장이 들어서면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부품 협력업체도 대거 입주하며 더불어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고 지역경제가 발전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대규모 공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평택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가 되었고 덩달아 아파트, 상가 가격이 오르고 인구가 밀집하는 도시가 되고 있다.
이를 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대기업에 대한 지원에 비판적이고 지방정부는 공장 건립에 필요한 용수, 도로, 송배전 등 기반시설에 대한 지원에 소홀하여 몇 년씩 소모하게 만든다고 한다.
청년들이 지방 근무를 외면한다고 걱정하는데, 지방에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고 모든 지원을 다해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종합적인 논의와 대책이 있었는가 묻고 싶다.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하고 급한대로 외국인력을 들여와 인력난을 해결하려는 것은 후일 많은 부작용과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외국인력을 들여와 산업인력 부족 문제에 대처했다가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던 독일, 싱가포르 등 외국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의 최근 정책에 대하여 많은 우려를 표명하며 후일에 엄청난 비용을 치루게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이라도 기업, 특히 제조업이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주역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를 지원하는 근본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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