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개월만의 의정 토론, 기존 입장만 늘어놓은 대통령실

한겨레 2024. 10. 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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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가 10일 의료 공백 사태 8개월 만에 의료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마주 앉았다.

비대위가 의료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행선을 달려온 의-정 간 입장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에도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다만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할 방안 제시 하나 없이 기존 입장만 반복적으로 늘어놓는 것은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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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왼쪽 둘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기조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가 10일 의료 공백 사태 8개월 만에 의료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마주 앉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토론자로 참여해 향후 의-정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되는 내내 정부 쪽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방어하는 데 그쳤고, 혼선만 빚은 의대 5년제 단축 논란에 대해선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직후인 지난 2월21일과 23일, 지상파 티브이 토론회에서 의정이 만난 이후 처음 열린 공개 토론이다. 정부 쪽에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서울대 의대에선 강희경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비대위가 의료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행선을 달려온 의-정 간 입장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에도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특히 대통령실 쪽의 토론 태도는 국면 전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장 수석은 ‘2000명 증원이 왜 필요한가’를 거듭 강조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 “의사 인력의 수급량을 매우 정밀하게 예측했고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2000명은 필요 최소한의 숫자”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현재도 필수의료에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 없이 의사 수만 늘린다고 되느냐’는 비대위 질문에 대해서도, 장 수석은 “의사로 양성되는 10년간의 골든타임에 여건을 만들면 된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교육부가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없던 일로 철회한 데 대해선, “애초 그런 내용의 발표가 아니었다”며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급하다고 임기응변식 대책을 불쑥 던져놓고 논란이 커지자 발을 빼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의료계가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이날 토론은 의미가 없지 않다. 의료계 일부만 참여했다는 한계가 있으나 이런 자리가 더 많이 열려야 한다. 다만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할 방안 제시 하나 없이 기존 입장만 반복적으로 늘어놓는 것은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향후 의-정 대화가 이어지려면 정부가 좀 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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