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리적 단절’ 진행하는 북, 오판 막을 소통선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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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남북을 잇던 경의·동해선 도로와 철로를 완전히 끊고 방어장벽을 쌓아 이 지역을 요새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마음의 단절'을 선언한 데 이어, 이제 남북을 잇는 길을 완전히 자르며 '물리적 단절' 조처를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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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남북을 잇던 경의·동해선 도로와 철로를 완전히 끊고 방어장벽을 쌓아 이 지역을 요새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마음의 단절’을 선언한 데 이어, 이제 남북을 잇는 길을 완전히 자르며 ‘물리적 단절’ 조처를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조처는 비판받아 마땅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흡수통일’을 뜻하는 통일론을 내놓고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라는 도발적인 말을 거론할 때마다 남북관계가 점점 더 회복불능에 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북한과 무의미한 말싸움을 벌이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도 좋다는 게 아니라면, 상대를 자극하는 언행을 멈추고 서로 간 오해·오판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소통선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9일 보도문을 내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북은 이 조처가 “전쟁 억제와 공화국(북한)의 안전 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합동참모본부는 곧바로 “지휘 세력까지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문을 내놨다. 또 한번 갈등을 고조시킨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직후부터 상대의 ‘전략적 이해’를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대북 정책을 쏟아내며 남북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갔다. 취임 첫해인 광복절 기념사에서 선제 핵포기를 요구하는 ‘대담한 제안’을 내놓자, 북은 윤 대통령에게 “인간 자체가 싫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그해 9월 선제 핵사용을 불사하겠다는 ‘핵 독트린’을 공개했고, 지난해 12월 말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싱가포르 순방 중 이 안이 “북한에 위협되지 않는다”고 했으나, 북은 ‘흡수통일’을 꾀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 간 신뢰가 땅에 떨어져 의미 있는 대화가 시작되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번 공사를 벌이면서 북은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했다.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 연락한 것이다. 정전협정에 따른 조처지만, 남쪽을 ‘패싱’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서라도 남북의 소통선 확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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