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야생동물 개체군 73%가 사라졌다
세계자연기금 ‘2024 지구생명보고서’ 발간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강에 서식하는 왕연어는 산란을 위해 거센 물살을 거슬러 상류로 이동한다. 치어가 살아남기 위해 차가운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수온이 오르면서 활동 구간이 줄어들고, 댐 건설 등으로 회유 경로가 바뀌면서 왕연어의 개체군 규모가 1970년대 이후 88%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왕연어를 비롯한 전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는 지난 50년 동안 평균 73% 감소했다.
10일 세계자연기금(WWF)은 ‘2024 지구생명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연기금은 영국 런던 동물학회(ZSL)와 함께 2년에 한번씩 보고서를 내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특히 담수 생태계의 개체군 규모가 85% 감소해 생물다양성에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었다. 육상 개체군은 69%, 해양은 59%가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남미 및 카리브해에서는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평균 95%나 감소해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을 겪고 있었다. 이 지역은 1970년대 이후 다른 지역에 비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해마다 5.7%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프리카는 76%, 아시아 및 태평양은 60%, 북미는 39%, 유럽 및 중앙아시아는 35% 감소를 보였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 대륙별 생물종의 전반적 현황을 다뤄, 개별 국가 상황이나 종별 통계를 담고 있진 않다.
올해 지구생명지수는 1970년부터 2020년까지 관찰한 5495개 생물종, 3만5000여개 개체군을 대상으로 했다. 이는 야생 척추동물(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어류) 가운데 특정 개체군을 추적 관찰해, 상대적 풍부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한 것으로, 단순한 개체 수 집계와는 다르다. 이 지수는 10년 전인 2014년 52%였다가 2018년 60%를 넘기더니 2022년 69%를 거쳐 올해 처음으로 70%대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서식지 파괴와 황폐화, 자원 남용과 외래종 침입 등을 지적했다. 특히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담수 생태계는 강과 호수에 서식하는 어류들의 필수적 회유 경로가 댐 건설 등으로 차단되면서 큰 위협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는 멸종 위험 증가와 더불어, 건강한 생태계의 손실을 알리는 조기 경보 신호”라며 “현 추세가 지속하면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육상 생물의 10%가 서식하고 탄소 2500억~3000억톤을 저장한 ‘아마존 열대우림’과, 150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며 해안 침식과 홍수를 막아주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보초’(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등을 지키지 못한다면 지구의 생명유지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자연기금은 기후변화를 막고 생물다양성을 지킬 ‘지속가능한 해법’으로 △보전 방식의 변화 △식량 시스템의 변화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 △금융 시스템의 변화를 제시했다. 박민혜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보고서 발표 자리에서 “국제사회는 이미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육지와 담수, 바다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바 있다”며 “한국 정부도 글로벌 목표 달성에 더욱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발표 자리에선 국내 상황에 초점을 둔 담수 생태계와 식량 시스템 등의 현황을 알리는 전문가들 지적도 나왔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 팀장은 “우리나라 담수 생태계의 주요 서식지가 바로 습지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국내 내륙습지의 약 26%가 소멸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국토 면적의 단 0.14%에 불과한 습지 보호구역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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