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의혹' 여야 충돌…고성·감정 싸움에 국감장 곳곳 '스톱'(종합)
환노위, 김문수 '일본 발언' 고성·파행…김 장관 퇴장 의결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여야가 10일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및 2022년 대선 당시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사 비용을 부담했다는 의혹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증인의 마스크 착용 여부와 피감기관장의 과거 발언 등 이날 국감과 관계없는 사안으로 고성 등 감정 싸움을 벌이다가 회의가 파행돼 질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야 "명태균, 제2의 국정농단" 여 "여사 팔아 실속 챙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야당은 명 씨 의혹을 집중 거론하며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규정했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명 씨의 발언 하나하나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버금가는 제2의 국정농단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이런 불법 여론조사를 한 의뢰인은 어떤 처벌을 받나"라고 질의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26차례나 반복적으로 보고받았단 것은 명백하게 경제적 이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며 "선거비용 제한액이 초과했다면 당선무효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명 씨의 발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맞섰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명태균이라는 허장성세와 과대망상에 빠진 사람의 얘기를 가지고 모든 것을 다 진실로 받아들인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고, 같은 당 조승환 의원도 "명태균이라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신빙성이 있는 사람이냐"며 반발했다.
같은 당 김종양 의원은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나 여사의 공천 개입이라기보다는 욕심 많은 정치인이 꾼 비슷한 사람과 합작해 자신의 실속을 챙기기 위해 대통령님과 여사를 판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이날 국감에 출석하지 않자 야당 주도로 동행명령장도 발부됐다. 다만 국회 경호담당관실은 이날 오후 4시쯤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자택이 있는 경남 창원을 찾아 각각 동행명령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두 사람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집행이 연기됐다.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여사 의혹을 놓고 여야가 맞붙었다. 여당이 야당에 대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시 부동산 사모펀드만 이득을 본다며 압박하자, 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의혹과 같은 주가조작에 있다며 이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국방위원회에선 여야가 각각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맞붙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최근 '한국전쟁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태도·전략이 잘못됐다는 것의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5월 철원 GP 북한군 총격 사태를 거론하며 "당시 (정부는) 우발적 사고라며 북한을 감쌌다"고 비판했다.
퇴장·고성·파행…여야 감정싸움에 '질의 스톱' 얼룩진 국감
여야는 이날 국감장 곳곳에서 충돌하며 파행을 겪기도 했다. 양측은 증인의 마스크 착용 여부, 피감기관장의 과거 발언 등 국감 질의 내용과 관계없는 사안으로 곳곳에서 고성 등 감정싸움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선 증인으로 부른 황인수 진화위 조사1국장이 자신의 얼굴 공개를 우려해 마스크를 착용하겠다고 버티자,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황 국장과 김광동 진화위 위원장을 함께 퇴장 조치했다.
황 국장은 마스크 착용에 대해 "저는 전 직장인 국가정보원에서 28년 동안 매국노를 찾아내고 처벌하는 일에 매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 측 의원들은 고성으로 "본인이 영웅인 줄 아느냐", "주민등록증 꺼내보라",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셔도 되느냐" 등 거세게 항의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오전 국감 시작부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역사관을 두고 여야가 부딪히다 파행되면서 질의가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 김 장관은 지난 8월 인사청문회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 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야당은 김 장관에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여당은 국정감사가 역사관을 시험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반발했다.
김 장관은 입장을 묻는 말에 "역사적인 기록과 우리나라와 맺은 조약 또는 일본의 법률 또 조선총독부의 제령 이런 어느 곳에서도 대한민국의 국적이라고 하는 부분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야당 측은 김 장관이 사과하지 않고 답변을 피한 점을 들어 김 장관의 퇴정을 요청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고성을 주고받았고 결국 환노위는 시작 40여 분 만에 파행했다.
오후에도 갈등 상황이 이어졌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이 "장관이 입장을 고수하는 한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퇴장을 명령하자, 김 장관은 "왜 퇴장을 해야 하나"라며 거부했다. 이에 야당 단독으로 김 장관에 대한 증인 철회의 건이 통과됐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반대 의사 표시로 전원 퇴장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 무렵 개의한 환노위는 7시간가량 공전했다.
이 밖에도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선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정부의 세수 결손 대응책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집중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간판 정책인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선 야당 측 의원들이 재추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반면,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차별상품권이자 이권사랑상품권"이라며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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