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형 빈집 총력 대응책’에 담아야 할 부산시 의지

2024. 10. 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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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늘어나는 빈집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외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이르면 내달 부산형 빈집 관리·정비 모델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박형준 시장이 빈집 정비에 강한 의지가 있다면 과감한 재원 로드맵부터 내놔야 한다.

그동안 빈집 정비 사업은 대부분 땜질식에 그쳐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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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다도시 오명 탈피 해법 절실
국비 지원 받아 토지은행도 추진을

부산시가 늘어나는 빈집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외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이르면 내달 부산형 빈집 관리·정비 모델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내년 10억 원을 시작으로 매년 빈집 매입비를 증액하는 한편 빈집을 리모델링해 취약계층에 시세의 반값에 임대하는 햇살둥지 사업비를 두 배 늘린다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한다. 부산은 전국에서 1년 이상 빈 집이 2만2120채로 가장 많다. 저출생·고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빈집은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슬럼화를 촉진한다.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박형준 시장이 빈집 정비에 강한 의지가 있다면 과감한 재원 로드맵부터 내놔야 한다.

부산 동구청과 경찰이 합동으로 빈집을 점검하는 모습. 국제신문DB


그동안 빈집 정비 사업은 대부분 땜질식에 그쳐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수도권으로 떠나는 사람을 잡을 구심력 역시 부족했다. 최근 정부가 빈집 해법에 관심을 갖는 건 다행이다. 지난달 27일 범부처 실무회의인 ‘빈집 정비 TF’에선 지방정부의 다양한 요구가 논의됐다. 그중 하나가 빈집 소유주에게 철거비를 청구(구상권)하거나 무허가 빈집 정비 예산을 집행하는 근거인 소규모 주택정비법 개정이다. 세제상의 모순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현행 지방세법상 나대지의 재산세는 주택이었을 때의 1.5배 수준이다. 빈집 소유주들이 철거보다 원상 보존을 원하는 원인 중 하나다. 빈집 공터를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면 재산세를 감면하자는 요구를 행정안전부가 뭉개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빈집을 줄일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입과 재활용이다. 미국 대표 공업도시인 미시간주 플린트시는 1980년대 러스트벨트 쇠퇴로 인구 유출이 심화하자 2004년 미국 최초로 토지은행을 설립했다. 재산세를 3년 이상 내지 않은 부동산을 확보해 저렴하게 재판매하거나 공공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0년간 빈집이나 폐허 건물 9000여 채를 철거하고 208개 동은 리모델링했다. 철거된 공터는 마을 공동체가 정원·녹지로 가꾸는 ‘클랜 앤 그린’(Clean and Green) 프로그램에 활용된다. 최근 국제신문 취재진이 플린트시를 방문했을 때 녹지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때는 ‘깨진 유리창 이론’(깨진 유리창처럼 작은 잘못을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확산된다)의 대명사였던 빈집이 녹지로 변하면서 생긴 효과다.

현재 국내 자치단체들은 재원이 부족해 토지는 매입하지 않고 빈집만 철거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3년이 지나면 빈 땅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편의시설이나 정원 하나 만들기 쉽지 않다. 부산시가 내년 반영할 예정인 10억 원대 빈집 매입비 역시 ‘빈집 천국도시’란 오명을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플린트시처럼 토지은행 설립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꾸준한 빈집 매입과 공동체 요구에 맞는 활용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비수도권 공동화 원인이 중앙집중화인 만큼 토지은행 종잣돈을 국비로 지원받는 방법도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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