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태균 국정 개입’ 의혹 키운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해명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 관계에 관한 대통령실 해명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명이랍시고 내놓는 족족 사실과 다른 걸로 드러나고 핵심 의혹은 아예 입을 닫아 의혹만 커지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이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해도 문제이고, 뭔가를 감추려고 했다면 더 큰 문제다.
대통령실이 지금까지 내놓은 해명의 골자는 대략 네 가지다. 윤 대통령이 명씨를 두 번 만났고, 국민의힘 대표이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소개로 명씨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경선 뒤 명씨와 소통하지 않았으며, 명씨는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발언만 봐도 윤 대통령이 명씨를 만난 건 김영선 전 의원과의 회동, 이준석 의원과의 회동,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회동, 박완수 경남지사와의 회동 등 최소 네 차례다. 이 의원이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 명씨가 윤 대통령과 이 의원의 회동을 주선한 걸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명씨가 주선했다는 윤석열·이준석 회동, 윤석열·김종인 회동은 윤 대통령 대권 행보에서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큰 이벤트였다.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대선후보 단일화는 말할 것도 없다. 명씨는 얼마 전 윤·안 단일화와 관련해 안 의원 측 최진석 교수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캡처본을 공개한 터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와 적어도 지난 4월까지 문자 등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되며, 윤 대통령과도 문자로 계속 소통했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대선 때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3억6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이 없다.
대통령실이 이렇게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하고 중요한 의혹엔 입을 닫고 있으니 무언가 감추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11일 귀국하는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무상 제공을 비롯해 명씨 관련 의혹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 창원지검은 10일 명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내사 종결했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수사 중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의 재보선·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 국정·선거·인사 개입 의혹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국회도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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