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주민 이해 확보 못한듯"…탈북외교관이 본 北
탈북 외교관들이 북한이 기존에 공언한 '적대적 두 국가' 관련 헌법 개정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이해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은 1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탈북 외교관들이 보는 8·15 통일 독트린vs두 개 국가론' 긴급 정세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비롯해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김동수 전 이태리 주재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이영철 전 핀란드 주재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한진명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류현우 전 쿠웨이트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등 탈북 외교관들이 참석했다.
태 처장은 북한 노동당이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일부 개헌했음에도 외부의 주목도가 높았던 '평화 통일' 등 표현 삭제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이해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태 처장은 "통상 북한이 새 정책을 발표하면 간부나 주민들이 관영매체에 나와서 적극 홍보를 한다"며 "그 과정이 끝나면 노동신문에서 이 정책이 왜 정당한지에 대해 논설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까지 관영매체에 단 한 번도 북한 간부나 주민이 나와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지지한 적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끝내 김정은이 이것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며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설사 이와 관련한 헌법 개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주민들의 이해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행정적 조치를 선행시켜서 내부 혼란을 줄인 후 헌법 개정을 하는 수순으로 가려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리일규 전 참사는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발표했다. 리 전 참사는 "이번 통일 독트린은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통일 전략 방안"이라며 "그동안 남북의 성명, 선언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에 기초해 나온 문건들인데 현재 돌이켜보면 실현된 게 하나도 없고 휴지장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통일 독트린에서는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북한 주민을 각성시켜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지가 담겼다"며 "특히 남북대화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이것이야말로 정말 실효성 있고 새로운, 잘 된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 정권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는 깨질 대로 깨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대한민국이 안보와 생명을 지키면서도 평화 통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평화 통일을 이룩하려는 확실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영철 전 서기관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서기관은 "탈북민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계속된다면 김정은도 탈북민들이 잘 사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이 부분이 중요하다. 핵무기와 같은 핵폭탄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변하지 않는 탈북민 정책과 변하지 않는 국제 공조가 힘이 될 것"이라며 "탈북민들이 웃으면서 '자유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면서 돌아가면 고향 사람들이 '대한민국 다녀오면 참 멋지구나'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진명 전 서기관도 "북한 주민들 중에 우리의 통일 독트린을 지지하면서 통일을 준비할 준비 세력이 있냐 없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제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북한에는 통일 독트린을 기반으로 해서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타파할 수 있는 준비 세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는 최근 "통일하지 말자"라는 발언을 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직격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반통일, 반국가적인 말을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임종석씨가 통일을 하지 말자고 할 권리가 없다. 역사가 결정하고 민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발언은 보수 진보를 떠나서 반한법적인 발언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본다"며 "김정은 밑에서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품어야지 누가 하겠나. 씻을 수 없는 반민족적 발언이고 국민들이 다 분개해야 할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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