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공룡에 갇힌 모바일산업] "소비자 보호위해 손해배상 청구 동참해야"

김영욱 2024. 10. 10. 18: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글 패소에 해볼만한 싸움 기대
프로젝트 허그 받은 회사도 가능
"시간 지날수록 청구금 적어져"

국내 기업들이 미국 법원에 집단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구글과 애플의 불합리한 인앱결제 수수료 횡포가 더이상 참기 힘든 수준이란 판단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모바일앱 시장은 연간 약 10조3700억원 규모로, 이 중 모바일 게임 시장의 소비자 지출액 규모가 8조3300억원으로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애플은 2009년, 구글은 2011년부터 게임업계에 인앱결제 수수료를 최대 30%로 부과해왔다. 양사 모두 내부적으로 적정 수수료를 10% 안팎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독점적 위치를 활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10년 넘게 받아간 것이다. 연간 수조에 달하는 과도한 수수료는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미 캘리포니아 법원,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판결…해볼 만한 싸움=이 가운데 29곳 이상의 국내 게임사들이 이달말부터 단체행동에 나서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집단조정을 제기하기로 뜻을 모았다.

캘리포니아 법원은 구글이 모바일앱 기업들에 부과한 30% 인앱결제 정책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애플의 타결제방식 제한규정에 대해서도 불공정경쟁법 위반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모바일앱 산업 구조에 대해 충분한 이해도가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보복 행위'를 우려했는데 보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에 따라 보복행위는 형사처벌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구글, 일부 게임사에 수수료 받는 대신 인센티브 제공=보복보다는 '프로젝트 허그'처럼 비밀리에 개별적인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프로젝트 허그는 구글이 제2의 '에픽게임즈'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수억달러를 비밀리에 게임사에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이다. 사실상 입막음 용도의 수익공유 프로그램이다.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외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개발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인앱결제 수수료와 관련된 인센티브 성격이다. 미국 IT매체 더버지 보도에 따르면 2019년 구글로부터 돈을 받은 국내 업체는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컴투스 등이다. 글로벌에서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텐센트, 라이엇게임즈, EA, 스퀘어에닉스 등이 받았다.

다만 프로젝트 허그의 대상이었어도 인앱결제 수수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는 '허그' 대상이었지만 개별 협상 또는 소송을 통해 합의금을 지급받았다.

◇기업 개별 합의는 법적 리스크 있어=다만 앞으로는 국내 기업들이 구글과 개별적으로 합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이 구글에 내달 1일부터 효력이 있는 독점금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본지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구글은 2027년 11월 1일까지 향후 3년 동안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신작 출시를 고려하는 개인, 단체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한 수익을 공유할 수 없다. '프로젝트 허그' 때처럼 인앱결제 수수료율을 낮추기보다 인센티브 방식으로 일부 수익금을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개별적 합의는 배임 여지도 있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영기 위더피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손해배상 합의는 제3자인 감정전문가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정 결과에 따라 지급 수령해야 법적 책임에서 면책될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내부적으로 수수료에 따른 합의금 선을 책정해뒀다. 양사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국 내 주주의 집단소송 등 리스크를 고려해 내부적으로 정한 합의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합의하려 할 것"이라며 "과소 지급에 따른 주주 또는 회사의 구상권 청구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리스크가 있는 만큼 개별적 합의는 추후 회사와 주주에 대한 배임 등 법적 책임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 손해 전가하는 행위"=이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 절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비합리적 지연으로 청구 태만(Lanches)에 해당한다"며 "상당 기간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면책'이 돼 청구권 자체가 기각될 수 있다. 4년의 소멸시효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금액에 손실이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집단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이 추후 별도 소송을 하면 미국 법원이 집단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청구권을 기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4년의 소멸시효에 따라 시간이 늦어질수록 적용 기간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10월 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4년 전인 2020년 10월 말까지 인정된다.

이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에 보복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적 보복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아 국내 기업들을 독려해야 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행위다.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호철 경실련 정보통신위원회 간사는 "게임업계 등에서 집단조정을 제기하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동성명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앱결제 수수료가 실질적으로 인하되고 최종적으로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게임콘텐츠 이용료 인하까지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연합(EU)의 경우 소비자도 소송에 참여한 적이 있다. 앱 개발사나 게임사가 소송을 진행하고 소비자에 분배하는 방식이었다. 미국은 징벌적 배상을 하는 만큼 이용자 보호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미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가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면 충분히 승산할 수 있을 것"고 덧붙였다.

김영욱·김미경 기자 wook95@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