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봇 넘어 '신체 내비게이션'…폐 속 암까지 최단거리 '약물 배달'

오현아 2024. 10.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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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실리콘밸리의 도시 서니베일.

복강경 수술로봇 시장 부동의 글로벌 1위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을 방문한 지난달 초 본사 건너편은 신공장을 짓느라 분주했다.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최초로 복강경 수술로봇 승인을 받은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창립 이후 지금껏 세계 1등 자리를 지켜온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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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퓨처테크 최전선을 가다
(3) '수술로봇' 인튜이티브서지컬
24년간 글로벌 시장 압도적 1위
전쟁 중인 군인 치료용으로 개발
NASA부터 MIT·IBM까지 합작품
포도알 껍질 벗겨낼 정도의 정교함
지금까지 1540만건 '수술 집도'
특허 4800개…거대한 진입장벽
국내 출시 안된 폐 검사봇 '아이온'
코로 들어가 폐 속 암 조직도 채취
고무줄 매듭을 짓고 있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SP’.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실리콘밸리의 도시 서니베일. 복강경 수술로봇 시장 부동의 글로벌 1위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을 방문한 지난달 초 본사 건너편은 신공장을 짓느라 분주했다. 기존 제품보다 컴퓨팅 성능을 1만 배 높인 ‘다빈치5’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이다. 대당 40억원을 호가하는 수술로봇 수요가 폭증해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게리 굿하트 인튜이티브서지컬 대표는 “자율주행 차량처럼 로봇의 자동화율을 높이고,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신체 내비게이션도 만들고 있다”며 “전 세계 수술 의사의 능력치를 상향 평준화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설립부터 지금껏 세계 1등인 기업

①인튜이티브서지컬이 내놓은 단일공 수술로봇 ‘다빈치 SP’. 구멍 하나를 뚫어 카메라와 로봇 팔을 모두 넣을 수 있다. ②기자가 다빈치 SP를 조종해 작은 고무줄로 매듭을 짓고 있다. ③다빈치를 사용해 수술하는 모습. 집도의는 조작 콘솔 앞에 앉아 있고, 보조 인력이 수술을 돕고 있다. /오현아 기자·인튜이티브서지컬 제공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최초로 복강경 수술로봇 승인을 받은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창립 이후 지금껏 세계 1등 자리를 지켜온 기업이다. 2020년 43억6000만달러이던 매출이 지난해 71억2000만달러로 63%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4%에 달했다. 앞으로 1위 자리를 내줄 일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년 말 기준 특허 수가 4800개에 달하는 등 지식재산권으로 거대한 진입장벽을 구축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 항공우주국(NASA), IBM 기술진의 협력으로 탄생한 인튜이티브서지컬의 기술은 군사 목적으로 시작됐다. 1980년대 말 군인을 먼 거리에서 수술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이를 통해 수술 부위를 열 배 확대하고 3차원(3D) HD 화면으로 띄우는 영상 기술, 포도알 껍질을 벗겨낸 뒤 다시 꿰맬 정도로 정교한 로봇, 손가락 움직임을 그대로 로봇 팔로 옮겨낸 제어 기술까지 구현해냈다.

수술로봇은 ‘반(半)자율 수술’이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약 10억달러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전체 매출 대비 14%에 달하는 규모다. 굿하트 대표는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인력을 덜 투입하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여전히 외과의사가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술로봇의 자율 능력이 더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락 미세 감각까지 구현한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의 기술력은 신체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폐 생체검사 로봇 아이온 전용 ‘기관지 3D 모델링’ 소프트웨어가 대표 제품이다. 아이온은 코로 지름 3.5㎜의 가느다란 카테터를 집어넣어 폐 속 암으로 의심되는 조직의 일부를 채취할 수 있다.

놀라운 건 아이온의 팔 역할을 하는 관이 복잡한 기관지를 거쳐 환자의 폐까지 아무런 상처를 내지 않고 도달하는 데 채 1분이 안 걸린다는 점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아이온 전용 소프트웨어에 넣어 완성한 기관지 내비게이션 덕이다. 국내에서는 같은 검사를 할 때 피부를 절개해 가느다란 바늘로 폐 조직을 떼어내는 ‘경피 세침흡인’ 방식을 쓴다. 이는 기흉 등 여러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굿하트 대표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컴퓨터 비전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CT 영상을 3D 모델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며 “앞으로 아이온과 비슷한 로봇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폐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에도 적용할 수 있게 로봇을 발전시킬 것”이라며 “지금은 조직을 들고 나오는 생검로봇이지만 약물 등 치료에 필요한 다양한 물질을 놓고 오는 방식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니베일=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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