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석한 아이와 부잣집 아이들은 어떻게 공멸의 길로 들어섰나

신현호 경제칼럼니스트 2024. 10. 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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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Biz&Cinema]
금융사기 실화를 극화한 영화...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
영화 '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의 한 장면.

제임스 콕스 감독의 2018년 영화 ‘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Billionaire Boys Club)’은 19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실제 있었던 금융 사기 사건을 극화한 작품입니다. 이 클럽은 베벌리힐스 부유층 출신 20대 젊은이들의 폐쇄적인 사교 모임에서 출발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금융 투자 모임으로 발전했고, 종국엔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와 살인 사건의 온상이 됐습니다.

클럽 구성원들은 캘리포니아 하버드고(Harvard School of Boys) 동창들입니다. 1900년 개교한 이 학교는 하버드대와는 무관하지만 부유층 아이들이 다니는 미 서부 최고 명문고 중 하나입니다. 클럽 멤버 중엔 대형 로펌 선임 파트너의 아들, 세계 유태인 협회장의 손자, 다국적기업 오너의 쌍둥이 아들 등이 있었습니다.

클럽 창설을 주도한 조 헌트(앤설 엘고트)는 하버드고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그래도 조는 역대 최연소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를 1년 반 만에 마쳤습니다.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회계 법인에 취직했고 선물거래로 돈도 제법 벌었습니다. 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나이트클럽에 몰려다니던 동기들은 그를 그저 ‘괴짜’ 정도로 취급했습니다. 그러나 조가 동기 딘 카니(태런 에저턴)를 만나며 모든 게 뒤바뀝니다. 부잣집 출신 딘은 조의 재능을 간파했고, 조는 고교 동창들의 도움이 있으면 더 빠르게 재산을 모을 수 있으리라 계산했습니다. 조는 딘과 함께 동창들을 찾아가 큰돈을 벌 기회가 있다며 설득합니다. 친구들은 푼돈으로 투자를 시작하고 조는 짭짤한 수익을 붙여 상환해 줍니다. 이제 입장이 바뀌어 부잣집 아이들이 더 큰돈을 투자하겠다고 조에게 달려듭니다. 고교 시절 이래 처음으로 가난한 조가 동기들 사이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부잣집 아이들도 나름의 절실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던 이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그렇게 클럽은 성장하지만 수익이 났던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아 기존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로 상환하고 그것을 본 또 다른 투자자가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입니다. 이때 월스트리트 출신의 베테랑 금융인 론 레빈(케빈 스페이시)이 지원자로 참여하겠다고 나섭니다. 론은 애초 봄베이 바이시클 클럽이라는 뜻의 BBC에 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자극합니다. 하지만 그는 애송이들을 갖고 놀 수 있는 거물 사기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조는 명석함으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무시하던 부잣집 친구들에게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위험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또 부잣집 아이들은 부모에게 능력을 입증하려고 무리수를 뒀습니다. 질투와 열등감은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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