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석한 아이와 부잣집 아이들은 어떻게 공멸의 길로 들어섰나
금융사기 실화를 극화한 영화...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
제임스 콕스 감독의 2018년 영화 ‘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Billionaire Boys Club)’은 19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실제 있었던 금융 사기 사건을 극화한 작품입니다. 이 클럽은 베벌리힐스 부유층 출신 20대 젊은이들의 폐쇄적인 사교 모임에서 출발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금융 투자 모임으로 발전했고, 종국엔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와 살인 사건의 온상이 됐습니다.
클럽 구성원들은 캘리포니아 하버드고(Harvard School of Boys) 동창들입니다. 1900년 개교한 이 학교는 하버드대와는 무관하지만 부유층 아이들이 다니는 미 서부 최고 명문고 중 하나입니다. 클럽 멤버 중엔 대형 로펌 선임 파트너의 아들, 세계 유태인 협회장의 손자, 다국적기업 오너의 쌍둥이 아들 등이 있었습니다.
클럽 창설을 주도한 조 헌트(앤설 엘고트)는 하버드고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그래도 조는 역대 최연소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를 1년 반 만에 마쳤습니다.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회계 법인에 취직했고 선물거래로 돈도 제법 벌었습니다. 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나이트클럽에 몰려다니던 동기들은 그를 그저 ‘괴짜’ 정도로 취급했습니다. 그러나 조가 동기 딘 카니(태런 에저턴)를 만나며 모든 게 뒤바뀝니다. 부잣집 출신 딘은 조의 재능을 간파했고, 조는 고교 동창들의 도움이 있으면 더 빠르게 재산을 모을 수 있으리라 계산했습니다. 조는 딘과 함께 동창들을 찾아가 큰돈을 벌 기회가 있다며 설득합니다. 친구들은 푼돈으로 투자를 시작하고 조는 짭짤한 수익을 붙여 상환해 줍니다. 이제 입장이 바뀌어 부잣집 아이들이 더 큰돈을 투자하겠다고 조에게 달려듭니다. 고교 시절 이래 처음으로 가난한 조가 동기들 사이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부잣집 아이들도 나름의 절실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던 이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그렇게 클럽은 성장하지만 수익이 났던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아 기존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로 상환하고 그것을 본 또 다른 투자자가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입니다. 이때 월스트리트 출신의 베테랑 금융인 론 레빈(케빈 스페이시)이 지원자로 참여하겠다고 나섭니다. 론은 애초 봄베이 바이시클 클럽이라는 뜻의 BBC에 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자극합니다. 하지만 그는 애송이들을 갖고 놀 수 있는 거물 사기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조는 명석함으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무시하던 부잣집 친구들에게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위험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또 부잣집 아이들은 부모에게 능력을 입증하려고 무리수를 뒀습니다. 질투와 열등감은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인 모양입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강인, 팔레스타인 맞아 3차 예선 첫 득점포 쏠까
- 이재명 한달 과일값만 121만원...가구당 지출액 30배
- “으르렁” 철문에 몸통 박치기…마을 내려온 백두산 호랑이, 사람 공격
- [단독] ‘명태균 변호인’ 김소연, 사임... “명씨 요청 따른 것”
- 인도, 美대학 유학생 출신국서 中 제치고 1위…한국은?
- 굉음 내며 ‘드리프트’ 하자 연기 풀풀…외국인 폭주족 활개
- 인권위 “트랜스젠더 학생 수련회 참여 제한은 차별”
- ‘트럼프 무역 철벽’에도 주가 오를 9가지 업종
- ‘성매매 수도’로 전락한 日도쿄…”中 남성들 원정 온다”
- ‘단기 고수익’ 미끼로 110억원대 투자사기 일당 무더기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