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기 앱 10개 깔고 1만보... 하루에 얼마까지 벌 수 있을까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8일 오전 메가커피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아 출근했다. ‘하루 1만보 이상 걷기’를 실천하면서 삼성화재의 건강 앱 ‘애니핏플러스’로 하루 약 50원어치 포인트를 모았고, 1500포인트가 차자마자 앱과 연동된 ‘삼성화재 애니포인트몰’에서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으로 바꿔 바로 썼다. 애니핏플러스는 하루 8000보 이상을 걸으면 50포인트를 준다. 김씨는 서울시 및 거주지인 중구가 만든 걷기 앱을 통해서도 매일 각각 200원, 총 400원을 지역 화폐 전환 가능 포인트로 모으고 있다.
한때 중장년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만보기’가 스마트폰 앱으로 들어가면서 고물가 시대 ‘짠테크’에 목매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에게 ‘만보기 앱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만보기 앱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로 사용자 걸음 수를 재고,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하면 포인트 등으로 보상한다. 포인트는 지역 화폐, 상품권 등으로 바꿀 수 있다. 2017년 출시한 선발 주자 ‘캐시워크’는 구글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만 2100만회를 넘어섰다.
◇티끌 모아 큰 티끌? MZ 사로잡은 ‘만보기 짠테크’
각종 건강 앱이 포인트나 지역 화폐 등을 지급하는 기준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모든 앱은 다른 앱을 통해 포인트를 받았다고 해서 제약을 두지는 않기 때문에 앱을 여럿 설치하고 중복으로 혜택을 챙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루 1만보 이상을 걸으면서 부지런히 건강 앱을 구동한다면 얼마 정도를 모을 수 있을까. WEEKLY BIZ가 실제로 도전해 봤다.
일단은 각 지방정부가 가장 깔끔하고 후하게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는 듯했다. 서울시에서 만들어 최근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손목닥터9988′ 앱은 매일 접속만 하면 우선 10원을 주고, 하루에 8000보 이상 걸으면 지역 화폐 200원을 적립해 준다(1년 최대 10만원). 한 주에 목표 달성을 세 차례 이상 하면 500원을 매주 얹어주는 등 추가 포인트도 쏠쏠하다. 아울러 주민에게 포인트를 4~10배 더 주는 서울 중구의 ‘건강마일리지’ 앱까지 설치했더니 1만보당 200원을 더 벌 수 있었다(지방정부의 건강 앱은 보통 거주지 주민에게 혜택을 더 주니, 각 지방정부 정보를 검색해 활용하면 된다). 위의 삼성화재 애니핏플러스로 번 50원까지 더하니 하루에 일단 460원이 모였다.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운영하는 ‘365플래닛’도 깔았다. 8000걸음 이상이면 100원을 줬다. ‘365플래닛’은 월 단위로 걸음 수를 집계하면서 특정 걸음 수에 도달하는 날엔 최대 1000원을 지급해, 한 달 기준 20만보(하루 약 6667보꼴)를 걸으면 최대 4000원을 벌 수 있게 설계됐다. 포인트는 교보문고 포인트나 커피 기프티콘 등으로 전환 가능하다. 아울러 언어 학습 서비스 ‘야나두’가 운영하는 ‘야핏무브’ 앱에서는 하루 1만보당 100포인트(1포인트가 대략 0.6원이라 60원)를 적립해준다. 적당한 돈이 모이면 앱과 연동된 쇼핑몰에서 물품을 살 수 있다. 460원에 이 두 앱에서 번 돈을 더하면 620원이 된다.
그 밖의 앱들은 적립 기준이 다소 복잡하긴 했지만, 모두 설치하고 실험해 보았다. 이 중 대다수는 많은 ‘짠테크’ 앱처럼 광고를 의무적으로 봐야 해서 다소 거슬렸다. 아울러 ‘1포인트=1원’보다 낮은 비율로 환산돼 ‘착시’를 주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머니워크’는 1만보를 걷고 291포인트를 모았지만, 커피 쿠폰 등으로 바꾸려 하니 1포인트 가치가 약 0.6원(교환 대상에 따라 달라짐)이라 실제로는 175원을 모은 셈이었다. 다이어트 특화 앱인 ‘지니어트’도 1만보에 100포인트(약 60원 가치)를 적립해 준다. ‘캐시워크’도 걷기로는 하루 최대 100캐시까지 받을 수 있지만, 1캐시를 현금화할 때는 0.6원(교환 대상에 따라 달라짐)으로 책정돼 60원 정도로 계산했다. 환산 비율까지 감안해 세 앱을 통해 번 돈을 위의 지방정부 앱 등에 합치면 915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 앱 중에선 국민은행의 ‘스타뱅킹’ 앱이 현금처럼 쓸 포인트(KB포인트)를 주는데, ‘광고 압박’ 등은 작은 대신 적립 금액이 적은 편이다. 한 주간 3만5000보 이상이면 50포인트, 7만보 이상이면 100포인트를 더 준다(총 150포인트). 하루 21원꼴이다. 신한은행은 ‘슈퍼SOL앱(그냥 ‘SOL앱’과 별도) 내 ‘만보걷기’를 신청하고 한 주 동안 하루 평균 1만보 이상을 걸으면 ‘무작위로 최대 1000원(하루 최대 143원)’을 준다. 최대치를 받는다고 가정하고 은행 앱으로 버는 돈을 더하면, 하루에 1079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달(30일)이면 대략 3만2000원 정도 되는 돈이다.
◇휴대폰 속도 느려지고 배터리는 ‘간당’
기사를 위해 앱을 한 번에 열 가지 정도 굴리니 돈과 포인트가 모이긴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휴대폰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걸음 수를 재느라 앱을 계속 켜놓다 보니 배터리도 빨리 닳았다. 그래서 자기에게 맞는 앱 서너 가지를 조합해 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포인트를 빨리 모아 현금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캐시워크·슈퍼워크·머니워크 등 만보기 기능 외에 각 앱에 포함된 퀴즈 맞히기, 이벤트 참여 등 다른 방법으로도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앱이 유리하다. 다만 퀴즈 풀기와 광고 보기 등에 시간이 더 드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 밖에 전국의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앱 중엔 적립률이 유난히 높은 것이 있으니, 거주지 지방정부를 검색해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 사용처가 그 지역으로 한정되고 주민만 혜택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기후행동 기회소득’ 앱은 하루 8000보를 걸으면 최대 400원, 한 달 1만2000원까지 적립되고 경기 지역 화폐로 바꿔 쓸 수 있다. 자전거를 5㎞ 이상 타도 하루 최대 600원까지 적립된다. 충청남도체육회가 출시한 ‘걷쥬’는 한 달에 30만보를 걸으면 3000포인트를 준다. 포인트는 지역 내 카페나 편의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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