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까지 점령한 `AI 기세`…통제불능·안전확보 등은 인류의 몫
순수 기초과학서 AI 등 응용과학 수상 전환
글로벌 연대 및 협력 통해 AI 통제, 안전 확보
"앞으로 노벨상뿐 아니라 주요 과학상 분야에서 AI 연구자가 수상하는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올해 노벨상까지 점령하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AI가 과학혁명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위세를 맹렬히 뽐내고 있다. AI의 기세는 순수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를 중심으로 수상자를 배출해 온 노벨상 선정의 근간까지 바꿔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해 인류의 삶 발전과 난제 해결 등 임팩트가 크고, 혁명적인 연구업적을 낸 응용과학 분야 연구자의 노벨상 수상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 AI를 통제하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기술적, 법·제도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노벨상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등 3개 과학부문 수상자 발표를 모두 마쳤다. 3개 중 생리의학상을 제외하고 2개는 예상과 달리 기초과학 연구자가 아닌 응용과학 연구자가 차지하는 이변을 낳았다. AI 관련 연구자가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일 발표된 노벨물리학상이 발단이 됐다. 노벨상위원회가 AI 머신러닝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 미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과학계는 놀라워했다. 수상자들이 순수 물리학자가 아니었고, AI 관련 연구로 어떻게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비록 전통 물리학자는 아니지만 물리학의 중요한 법칙과 원리를 AI 개발에 활용해 오늘날 AI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수상자로 결정됐다.
물리학 전공자로 AI 연구를 하고 있는 권재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핵융합디지털연구본부장은 "홉필트, 힌턴 교수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AI 암흑기 시대에서 물리학 도구를 통해 인공신경망과 같은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의 새로운 AI 개념과 모델의 토대를 놓은 연구자들"이라면서 "이들 수상자들이 물리학을 근간으로 AI 모델을 제시했다면, 앞으로 지금과 원리가 전혀 다른 차세대 AI 모델을 개발해 생명공학, 화학, 에너지, 의학 등 다른 분야에 임팩트가 큰 결과를 가져온다면 또다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물리학상에 이어 9일 노벨화학상 수상자도 화학자가 아닌 AI 연구자의 몫이었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단백질 구조 예측 AI 모델(알파폴드)을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단백질 설계 모델을 개발한 데이비드 베이커 미 워싱턴대 교수가 차지했다. 허사비스와 점퍼는 노벨상 족집게로 통하는 클래리베이트가 올해 화학상 유력 후보로 꼽혔는데, 실제 노벨상까지 받게 됐다.
유용균 AI프렌즈학회 대표(한국원자력연구원 AI응용연구실장)는 "AI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받는 것이 지금의 연구 트렌드로 볼 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면서 "앞으로 AI라는 혁신적 도구를 통해 새로운 학문과 기술발전에 기여하는 연구자라면 계속해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대표는 이어 "앞으로 AI를 통해 수학 난제를 해결하거나, 핵융합 플라즈마를 AI를 활용해 제어하게 되면 관련 분야에서 엄청난 임팩트가 큰 과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정효 서울대 물리교육학과 교수는 "AI 관련 연구자가 처음으로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는 최근 AI의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AI의 급속한 발전 이면에는 AI 통제불능과 안전확보에 따른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당장 노벨상 수상자와 노벨위원회에서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대부'로 불리는 힌턴 교수는 노벨물리학상 발표 이후 "우리는 여러 가지 가능한 나쁜 결과, 특히 (AI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AI가 인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이전부터 제기해 왔고, 지난해 구글을 떠나면서 AI의 발전을 "무섭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힌턴 교수와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홉필드 교수도 수상 소감으로 "물리학자로서 저는 통제할 수 없고 한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에 큰 불안함을 느낀다"고 말해 AI 기술발전에 우려감을 피력했다.
서용석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장(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AI를 활용하지 않는 연구는 없을 정도로, AI가 과학기술을 넘어 인간 일상에 점점 더 깊게 다가옴에 따라 AI로 인한 윤리, 규범 등 규제 이슈는 더욱 커다란 문제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전 세계가 각자가 아닌 글로벌 연대와 협력을 미래 AI를 통제하고 완화하기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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