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대화 물꼬 텄지만 평행선…의대 증원 두고 날선 비판 이어져

염현아 기자 2024. 10. 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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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8개월째 이어진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의사 단체가 참여한 첫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강 위원장은 "2020년 9월 대한의사협회와 복지부는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썼지만, 의대 증원부터 최근 의대 교육 기간을 5년으로 줄이는 사안까지 모두 일방적으로 결정해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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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서 의료개혁 토론회…‘증원 왜 필요한가’ 토론
의정, 기존 입장 되풀이하며 평행선 달려
객석에서 “거짓말 마라” 고성 나오기도

“초고령사회가 당장 내년부터 시작돼 오는 2035년에는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의사가 필요하다. 최소 40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숫자다.”(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지난 10년간 의사 수가 서울에는 늘었어도, 충남·경북 등 지역에는 늘지 않았다. 과도한 개혁 조치나 급진적인 변화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일단은 멈추고, 국민·정부·의료계가 다시 논의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자.”(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진행),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뉴스1

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8개월째 이어진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의사 단체가 참여한 첫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의정 간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양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또다시 평행선을 달렸다.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10일 오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개최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내놓은 수치”라고 말했다.

장 수석은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 개인별 의료 이용량을 분석해 필요한 의사 수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며 “연구보고서를 현실적으로 보완할 경우 2035년에는 의사가 4000명이 더 필요한 상황인 만큼, 내년에 최소 2000명 증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증원 문제로 작년부터 의사단체와 37차례에 걸쳐 논의해서 결정했지만, 결국 8개월째 전공의 집단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날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단장은 “의사 수가 늘고, 중증 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이 되면 의료의 질도 높일 수 있다”며 “3분 진료, 장시간 대기 등 기존 외래 환자들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고,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와 정반대의 입장을 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필수진료 분야와 지역에 의사가 적은 것이 문제”라며 “의사가 필요한 곳에 투입되도록 해야 하는 게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를 공개하며 “의사 수가 많아져도 진료 시간은 길지 않으며, 지역 의사도 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의 하은진 교수(신경외과)는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면서 질을 높일 수도 있다”며 “정부는 고령사회를 우려하는데, 의사가 많아진다고 해서 전국의 모든 노인 환자들을 매일 한 분씩 돌보는 건 비현실적이고, 예방적이고 지속가능한 건강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의대 증원에 쓸 돈을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데 쓰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도 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한 의료진이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비롯한 정부측 패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뉴스1

이날 양측은 서로의 의견에 반박하기보다 의료 소비자인 국민에 설명하며 의정 간 이해의 장으로 만들자고 약속했지만, 토론이 후반부로 갈수록 날선 비판이 계속됐다.

강 위원장은 “2020년 9월 대한의사협회와 복지부는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썼지만, 의대 증원부터 최근 의대 교육 기간을 5년으로 줄이는 사안까지 모두 일방적으로 결정해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장 수석도 “의료계는 자꾸만 지금의 의사 수로 의료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하는데, 김대중 정부 때 의료계가 설득해 당시 의대 증원을 351명 줄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의대 증원 논의는 필요 없었을 것”이라며 “의사 인력 수급의 문제는 의료계 의견을 수렴할 뿐, 결정은 결국 정부의 책무”라고 못 박았다.

현장 객석에서도 고성이 터져 나왔다. 장 수석의 발언 도중 객석에서는 “정부는 의대 증원 시뮬레이션을 해봤느냐”, “대체 어떤 게 과학적인가”, “거짓말 그만 하라” 등 고함이 이어졌다. 특히 장 수석이 “교육부는 의대 교육 기간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자 객석에서 항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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