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中 경쟁시기, 경제안보가 국가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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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 시기에는 경제안보가 국가경쟁력이다.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 전통적인 군사안보가 국가안보의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안보를 적극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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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 시기에는 경제안보가 국가경쟁력이다.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 전통적인 군사안보가 국가안보의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안보를 적극 추구해야 한다. 미·중이 군사적 충돌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다른 모든 측면에서 전방위적으로 대치함에 따라 국가안보 개념이 군사안보 중심에서 에너지, 식량, 자원, 첨단기술, 공급망 등 모든 경제적 영역을 포함한 경제안보로 확장됐다.
미·중 관계가 갈등기에 접어들면서 하나로 연결됐던 글로벌 공급망은 이원화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촉매 역할을 했다. 지난 30년간 세계화 기조 속에 이념적·지정학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합리성에 기반한 개방성과 상호의존성, 초연결성은 오히려 안보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미·중 경쟁과 경제안보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과 맞물려 첨단기술 경쟁, 공급망 재편, 자국 내 제조업 생산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같은 법 제정, 대중 수출 규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Chip4) 형성, 나토의 전략 범위 확장, 한·미·일 동맹 강화 등은 다층적이고 전방위적으로 한국의 국내외 정치·경제·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위기 관리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과 법제 마련 및 시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기 최첨단기술을 보유한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국가다. 반도체,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조선, 철강 등 각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 유지가 핵심이다. 지난 5년간 산업기술 유출은 93건, 추정 손실액은 25조원에 달한다. 미·중 경쟁의 핵심이 첨단기술 경쟁인 만큼 반도체 기술과 장비에 대한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가 심해질수록 한국 기업을 통한 기술 유출 시도가 증가할 수 있다. 산업기술 보호와 공급망 위기 관리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로서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경제 변화에 매우 민감하며 공급망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공급망 교란이나 자원 무기화로 인한 주요 소재나 부품의 공급 제한은 경제 성장, 물가 안정, 민생경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공급망 위기 관리를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안정적 자원 수급을 위해 미리 위험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국의 수출은 특정 지역과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수출 지역과 품목 다변화를 위해 젊은 소비층이 증가하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 높은 인도와 아세안은 한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고 경제안보를 든든히 할 훌륭한 파트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필리핀이 수교 75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해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자국 우선주의와 경제 블록화로 세계의 경제 영토에 보이지 않는 높은 담이 쌓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경제적 합리성이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에 기반한 공급망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경제 영토 확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재덕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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