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면적 절반’ 책임지는 사령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10. 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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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 1위 군사대국답게 미 본토를 넘어 전 세계를 관할하는 사령부를 두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의 경우 통합전투사령부에 속하진 않지만 그 사령관은 육군 대장으로, 한국에 배치된 미 육·해·공군과 해병대 및 우주군 부대를 모두 지휘한다는 점에서 통합전투사령관에 버금가는 직위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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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 1위 군사대국답게 미 본토를 넘어 전 세계를 관할하는 사령부를 두고 있다. 흔히 ‘통합전투사령부’(Unified Combatant Command)로 불리는 이들 부대는 사령관이 어느 군 출신인가와 상관없이 휘하에 배속된 육·해·공군 그리고 해병대와 우주군까지 모두 통합적으로 지휘하는 구조다. 통합전투사령부 사령관에는 ‘별 넷’ 대장에 보임되는데 미군에서 합참의장이나 각군 참모총장 못지않게 위세가 대단하고 또 영예로운 보직으로 통한다. 주한미군 사령부의 경우 통합전투사령부에 속하진 않지만 그 사령관은 육군 대장으로, 한국에 배치된 미 육·해·공군과 해병대 및 우주군 부대를 모두 지휘한다는 점에서 통합전투사령관에 버금가는 직위라고 하겠다.

미국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 청사 1층 로비에 세워진 구조물 모습. 한국의 주한미군과 일본의 주일미군은 모두 인태사령부 소속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통합전투사령부에는 먼저 미 본토는 물론 캐나다·멕시코까지 북미 대륙을 방어하는 북부사령부(NORTHCOM)가 있다. 중남미는 남부사령부(SOUTHCOM) 관할이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맹주에 해당하는데, 나토 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미군 부대가 바로 유럽사령부(EUCOM)다. 자연히 유럽사령관은 나토 연합군 최고사령관도 겸임한다. 이스라엘과 이란, 이라크 등이 있는 중동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로 꼽힌다. 요즘 전쟁으로 시끌시끌한 이 중동의 안정을 책임지는 부대가 중부사령부(CENTCOM)다. 여기에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각각 담당하는 아프리카사령부(AFRICOM)와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가 더 있다.

미국 하와이에 본부를 둔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한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한미군을 지휘하는 곳이 인태사령부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일미군도 마찬가지다. 1947년 창설 당시만 해도 그냥 ‘태평양사령부’였던 것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지금의 인태사령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는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에 힘입어 인도양과 남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 북한과도 맞서야 하는 만큼 인태사령부는 다른 통합전투사령부에 비해 규모가 훨씬 더 크다. 미 해군이 보유한 항공모함전단의 절반이 인태사령부 관할 지역에 배치돼 있을 정도다. 미군 1개 항모전단의 전투력은 웬만한 나라의 해군력 및 공군력 전체를 합친 것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앞줄 오른쪽)이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앞줄 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통로 양옆의 벽에는 6·25전쟁 당시 한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미군 등 유엔군 장병 이름이 새겨진 명비가 부착돼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방한 중인 사무엘 파파로 인태사령관(해군 대장)이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6·25전쟁 당시 미군 전사자 명비에 헌화하고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젊음을 바친 미군들 이름이 새겨진 명비를 보면 숙연해진다”는 백 회장의 말에 파파로 제독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교육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지구 면적 절반이 넘는 지역을 담당하는 만큼 역내 국가들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은 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 국가”라고 강조했다. 인태사령부 관할 구역이 넓은 줄은 알았어도 ‘지구 면적 절반이 넘는’ 것까지는 미처 몰랐다.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으로 오래 일하고 올해 3월 인태사령관에 취임한 파파로 제독이 한·미동맹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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