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스크램블러 [3] 유장준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장 “유통, 기초부터 천천히”
[동국대 캠퍼스타운 x 스케일업]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스케일업팀과 함께 ‘2024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동국대 캠퍼스타운과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지난 두 차례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참고해서, 이소정 스크램블러 대표는 비즈니스모델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다듬었다. 원래 스크램블러의 비즈니스모델은 두 개였다. 천연 소재로 만든 덕분에 민감한 피부를 부드럽게 보듬는 스킨케어 브랜드 ‘오방(Ovang)’을 전개하는 것, 그리고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광고에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는 ‘광고 솔루션’을 보급하는 것이다.
이소정 대표는 광고 솔루션 개발과 보급을 중장기 과제로 미루고, 스킨케어 브랜드 오방을 우선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수 년 전 그녀는 소비재 시장 분석 경력을 활용, 한 스킨케어 브랜드의 연 매출을 200억 원 상당까지 높이는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화장품 업계의 유행도, 이 시장에서 효용을 발휘하는 마케팅 기법도, 다루는 제품의 종류와 유통 채널의 유형도 모두 다르다.
이제 막 돛을 올린 스크램블러 오방 브랜드는 앞으로 수백, 수천 종이 넘는 스킨케어 브랜드와 겨뤄야 한다. 이소정 대표는 오방 브랜드의 소비자를 ‘K 뷰티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으로 상정하고, 이들에게 접근할 오프라인 유통 전략을 먼저 세우려 한다.
스케일업팀은 스크램블러가 오프라인 유통에 안착하도록 도울 전문가로 유장준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소장을 초빙했다. 오라클과 HP, 소프트뱅크 등 유수의 외국 기업에서 십수 년 이상 영업과 세일즈 전략을 세운 그는 모바일 식권 기업 식권대장의 성장과 엑시트를 도운 인물이기도 하다. 숱한 스타트업의 영업 전략 수립을 도운 그는 스크램블러에게 ‘기본부터 착실히 밟을 것’을 주문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수많은 유통 채널 차근차근 공략하라
이소정 대표 : 스크램블러의 비즈니스모델을 오방 브랜드의 전개로, 주요 판매 채널을 오프라인 유통으로 각각 정했습니다. 대상은 외국인이에요. 그랬더니 아주 많은 과제를 풀어야 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어떻게 고르고 접근할지, 판매 방식은 어떻게 정하고 무엇을 준비할지, 자체 유통 구조는 어떻게 만들고 이것을 활용해서 어떻게 해외 시장에 진출할지. 모든 것이 풀기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져요.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스크램블러는 지금 1인 기업에 가까운데, 한정된 예산과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오프라인 유통 전략을 짜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울러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서 경쟁력과 협상력을 기르는 방법도 여쭙습니다.
유장준 소장 : 화장품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려면 정말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백화점과 복지몰, 할인점과 양판점, 편집샵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종류가 아주 많으니까요. 스크램블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수많은 유통 채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활용할지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되도록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활용할 것을 권해요. 이름난 대기업들이 왜 많은 비용을 쓰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활용할까요? 자체 쇼핑몰을 집중해서 키우면 되는데 말이에요. 그것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소비자를 만나는 접점인 까닭입니다. 게다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두면, 운영 중 코로나19 팬데믹처럼 돌발 상황이 일어날 때 버팀목 역할을 하기도 해요.
오프라인 유통을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해 어렵게 느낀다면 우선은 규모가 작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부터 접근하세요. 이 곳에서 실적과 레퍼런스를 쌓고 그 다음 단계의 유통 채널에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경쟁력이 생길 거예요. 협상력을 만들려면, 먼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제품 담당자부터 만나야 합니다. 이들의 요구를 만족하면 것이 협상력으로 이어집니다.
오프라인 유통 진출을 두려워하는 것을 이해합니다. 제품 재고가 많이 쌓이지는 않을지, 다루는 금액이 기업의 역량에 비해 너무 커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들 거예요. 이 고민 역시 규모가 작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부터 공략하는 것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제품 재고나 금액 면에서 부담이 덜한 채널을 선택해서 실적과 레퍼런스를 만드세요.
외국인이 소비자층이고 해외 진출을 고려한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안도 좋겠습니다. 외국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우리나라의 관광 명소에 매장을 세우는 것이지요. 그러면 오프라인 유통에 들이는 자원을 오롯이 매장 운영에 쓰고, 마케팅 전략도 직접 세운다는 장점도 얻습니다.
소비자,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의 접점 넓힐 것
이소정 대표 : 맞습니다.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소비자와 만날 접점을 넓히는 안 가운데, 서울 연남동처럼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곳에 스크램블러의 직영 매장을 세우는 것도 있었어요. 피부과에서 스크램블러 오방 제품을 전시하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유장준 소장 : 소비자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바로 실행하세요. 매장을 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다른 인기 매장에 샵인샵 형태로 입점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이 역시 실적과 레퍼런스가 될 거예요. 이것을 튼튼히 쌓아 더 규모가 큰 오프라인 유통에 접근하세요. 이 때 중요한 것은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것, 그리고 계획을 실행할 타임라인을 꼼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피부과 입점은 기대만큼 효과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부과가 주로 다루는 제품의 가격은 비싼데, 화장품의 가격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피부과에 제품을 전시하고 여기에 QR 코드를 넣어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 역시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소정 대표 : 소장님의 조언을 듣고 나니 한결 부담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통 공략이 두렵습니다. 나름대로 스크램블러의 제품 생산 능력과 자금 운용 계획을 고려해서 오프라인 유통 진입 계획을 세웠는데도, 뭔가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지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유장준 소장 : 그렇다면,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가운데 가장 먼저 접근할 곳을 고르세요. 스크램블러는 화장품 사업의 초기 단계이니 폐쇄몰과 복지몰, 편집샵 등이 어울릴 것으로 봅니다. 이 부문에 속한 기업을 찾아보면 그야말로 수백에서 수천 곳이 나올 거예요. 이들의 리스트를 만듭시다. 기업명과 전화번호, 기업의 규모와 담당자 이름 등 정보도 함께 조사하세요.
리스트를 만들었으면, 이제 해당 기업에게 전화 연락을 해서 무조건 만나자고 하세요. 메일만 보내지 말고, 전화를 해서 5분이나 10분 정도라도 좋으니 직접 만나자고 제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업은 만남에서 이뤄집니다. 이것저것 따질 필요도 없어요. 일단 만나면 됩니다. 전시회나 행사도 오프라인 유통 기업을 만나는 좋은 기회입니다. 명함을 잔뜩 받아와서 연락하고 인연을 만드세요.
유통은 정직합니다. 정공법이 해답이예요. 그리고 확률 싸움이기도 합니다. 많은 기업을 만나야 비로소 사업이 만들어져요. 오프라인 유통 기업 500곳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루에 10곳씩 전화한다고 가정할게요. 두 달 쯤 시간을 들여 500곳 1%만 만나도 5곳의 비즈니스 대상이 생기는 셈입니다.
비즈니스 대상의 개수가 적어 보이나요? 그렇다고 이것을 절대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오프라인 유통 기업을 찾아가서 접점을 만드는 것은 비즈니스 대상을 확보하는 방법이자, 자금 운영이나 제품 가격 산정 등 기업 운영 지식을 배우는 좋은 방법입니다.
유통에 정답은 없다…부딪히고 도전해 몸집 키워라
유장준 소장 : 스크램블러의 소비자층이 외국인이라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외국인과 관계 있는 곳과의 협업도 고려해보세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관광을 즐기도록 돕는 여행사를 예로 들어볼게요. 여행사와 손 잡고, 외국인들에게 오방 브랜드 제품을 배포하는 것입니다. 유명한 호텔이나 분위기 좋은 펜션과도 함께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오방 브랜드 제품을 만난 이들이 찾아오도록, 우리나라 관광 명소에 직영 매장을 만들어두면 한결 효율 좋게 외국인에게 접근 가능할 거예요. 스크램블러와 오방을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 소비자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인바운드 마케팅을 구사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에 진입하려는 기업들이 으레 하는 고민을 스크램블러도 하고 있어요. 제품의 가격 산정과 생산량 조절, 마케팅 비용 배분 등 영업 요소를 결정하기 힘들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왜냐면, 이들 영업 요소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기업, 심지어 담당자마다 모두 다릅니다. 공식이나 정답이 있다면 거짓말이에요. 중요한 것은, 되도록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 관계자들과 만나 부딪히고 도전하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요구를 듣고 거기에 맞게 대응하세요.
초기 기업은 이런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전략에 따라서는 브랜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데, 그럼에도 해야 해요. 그래야 판매량을 확보합니다. 판매량이 있어야 브랜드를 유지합니다. 판매량 없이는 무엇도 되지 않는 점 명심하세요.
이소정 대표와 스크램블러는 세 차례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토대로 비즈니스모델을 선택, 집중했다. 멘토링을 활용해서 초기 화장품 스타트업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 조율했다. 이들 도움을 토대로 스크램블러가 K 뷰티의 첨병이자, 세계인의 민감성 피부를 어루만지는 스킨케어 브랜드로 성장할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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