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없고 아빠만 둘, 성도 다르지만 더할 나위 없는 '조립식 가족'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10. 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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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가족’, 색다른 가족드라마와 청춘로맨스의 기막힌 결합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여기 홀로 딸 윤주원(정채연)을 살뜰하게 키우는 아빠 윤정재(최원영)가 있다. 칼국수집을 운영하며 매일 같이 정성스레 국물을 내 국수를 팔 듯이, 엄마 없는 어린 딸이 아무런 구김살 없이 자라도록 정성을 다한다. 그런데 이 주원의 새 가족으로 김산하(황인엽)와 그의 아버지 김대욱(최무성) 그리고 한번 선을 본 인연인 강서현(백은혜)의 아들 강해준(배현성)이 들어온다. 윤씨와 김씨 그리고 강씨로 성이 다르지만 이들은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엄마는 없고 아빠만 둘인 '조립식 가족'의 탄생이다.

JTBC 수요드라마 <조립식 가족>은 제목처럼 이색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핏줄은 아니지만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정재라는 아빠가 보여주는 따뜻함이 이 '조립식 가족' 탄생의 기반이다. 윗층으로 이사온 산하네 가족은 어린 동생을 잃은 후 조각나 버렸다. 그 아픔을 못견뎌한 엄마 정희(김혜은)는 딸의 죽음에 대해 심지어 산하 탓을 하며 아들마저 버리고 떠나버렸다. 정재는 그 산하를 아들처럼 보듬으며 키웠고 산하의 아버지 김대욱과도 마치 부부(?) 같은 기묘한 관계를 만들었다.

해준의 엄마 강서현은 돈을 벌어오겠다며 떠난 후 소식이 끊겼다. 이모네 집에서 기거하던 해준을 정재는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어린 해준이 "감사합니다 아저씨 지는 아저씨가 아빠하면 좋겠어요."라고 하자, 정재는 아이를 받아들인다. "그래. 그럼 여기 있을 동안은 아빠 해." 그렇게 정재의 둥지 안으로 주원과 산하, 해준 그리고 대욱이 들어와 이색적인 가족이 탄생한 것이다.

국내에도 이미 팬층이 있는 중국드라마 <이가인지명>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이 이색적인 가족의 구성 자체가 때론 감동적이고 때론 가슴 설레는 가족드라마와 청춘로맨스의 결합을 예고한다. 즉 정재를 중심으로 꾸려진 이 단란한 조립식 가족은 이제 앞으로 등장할 혈연을 매개로 가족이라 주장하며 나타날 이들과의 갈등을 예고한다. 벌써부터 해준 앞에 자신이 네 아빠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곧 산하의 엄마 정희 또한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그러니 피는 안섞였어도 더할 나위 없는 이 가족에 벌어질 풍파가 어찌 작을까.

하지만 <조립식 가족>이 보여줄 갈등의 양상은 출생의 비밀 코드처럼 친부모의 등장으로 인해 벌어질 파국으로 가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미 이들은 함께 늘 밝은 모습으로 웃으며 지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폐가 되거나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들이 숨겨져 있다. 그러니 이들의 선택은 싸워 이기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마음들이 되지 않을까. <조립식 가족>이 보여줄 가족드라마의 색다른 감동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편 <조립식 가족>은 가족으로써 오빠 동생하고 있지만 사실은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라는 점에서 주원을 두고 벌어질 해준과 산하의 청춘로맨스를 기대하게 한다. 특히 자신들은 성이 다른 남남이라고 선을 긋는 산하에게서는 주원에 대한 오랜 마음이 느껴진다. 여동생과 오빠라는 관계가 아닌 청춘남녀의 관계로 넘어가는 그 드라마틱한 변화의 순간들이 만들어낼 설렘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풋풋한 청춘들의 이야기와 묵직한 가족의 서사를 균형있게 배치한 연기의 앙상블도 이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안나라수마나라>, <왜 오수재인가>에서 주목됐던 황인엽과 <우리들의 블루스>, <기적의 형제>, <경성크리처2>로 급성장하고 있는 배현성 그리고 <연모>, <금수저> 등의 작품으로 상큼한 연기를 선사해온 정채연이 청춘들의 풋풋한 로맨스를 그려낸다면, 최원영, 최무성, 김혜은, 백은혜, 민지아 등의 중견배우들이 잡아주는 묵직한 가족서사가 다른 한편에서 울림을 준다.

무엇보다 <조립식 가족>은 요즘처럼 가족 해체의 시대에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서류상 가족이 뭐가 중요해요? 서로 가족이라 생각하면 가족이지. 그걸 뭐 꼭 그 종이쪼가리로 인정 받아야 되요? 이게 다 같은 쌀 먹고 만든 살이고 뼈거든요?" 그렇다. 더 이상 혈연이 가족을 증명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보다는 함께 살아낸 시간들과 경험들이 진짜 가족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조립식 가족>은 이 달라진 시대의 대안적 가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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