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길 때까지”…동성혼 법제화 소송 나선 11쌍의 부부들 [플랫]
국내 동성 부부 11쌍이 헌법상 혼인의 권리를 성소수자에게도 보장하라며 동성혼 법제화 소송에 나선다.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혼인 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행정 처분에 대해 대규모 인원이 한 번에 소송을 제기하고, 현행 민법의 위헌성까지 다투는 것은 처음이다.
10일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혼인평등연대 등이 모인 동성혼 법제화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은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민법은 동성 부부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소송에 나선 22명은 장기간 함께 살고, 경제 공동체를 이루며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다. 이들은 구청에 혼인 신고를 했으나 불수리 처분을 받았다.
현행 민법에는 근친혼·중혼 등을 제외하고 동성 부부 혼인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이들의 혼인신고는 ‘불수리’되고 있다. 2014년 처음으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혼인 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을 서울서부지법에 접수했지만, 각하되기도 했다.
‘모두의 결혼’이 제기하는 ‘혼인 평등 소송’은 두 갈래로 이뤄진다. 먼저 이들은 11일 동성 부부 11쌍의 혼인 신고 불수리 통지서를 바탕으로 관할 법원인 서울가정법원과 4개 재경지법,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에 불복 신청 소송을 제기한다. 이후 각 법원에 이성 부부 혼인만 허용하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따져달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고, 기각되면 당사자들이 직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혼인의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의 신고에 따라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입법 운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용민(34)·소성욱(33) 부부도 소송 당사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7월 사실혼 동성 배우자에 대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끌어낸 바 있다. 판결 2주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씨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했고, 현재 이 자격을 취득한 동성 부부는 김용민·소성욱씨를 포함해 최소 4쌍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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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성 결혼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브라질 등 전세계 39개국에 달한다. 특히 2019년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하는 등 아시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태국에서도 지난 6월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는 ‘결혼 평등법’이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2019년부터 전국 5개 도시에서 혼인 평등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지난 3월 홋카이도 삿포로 고등재판소는 동성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에 소송을 진행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조숙현 변호사는 “과거에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금혼제 폐지 소송을 진행할 때도 가족 제도가 붕괴된다고 우려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평등이 실현됐다”며 “동성혼 법제화는 동성 부부 권리를 위한 것이지만, 가족법 내에 남아 있는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김정화 기자 clean@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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