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원자로, 양자컴퓨터·소아백혈병 신약 등 첨단기술에 활용"

이병구 기자 2024. 10. 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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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자협회-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아카데미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아카데미'에서 김명섭 원자력연 하나로이용연구단장이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양자컴퓨터 구현에 쓰이는 신물질 분석과 전고체배터리,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하는 데도 연구용원자로에서 만든 중성자가 많이 쓰입니다. 또 연구로에서 생산하는 동위원소가 소아백혈병 신약에 쓰이는 등 의료바이오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아카데미'에서 김명섭 원자력연 하나로이용연구단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구로가 "기초과학부터 첨단과학까지 널리 쓰인다"고 강조했다.

핵분열 반응은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큰 에너지와 중성자를 방출하고 더 작은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핵분열 반응에서 튀어나온 중성자는 주변의 다른 원자핵과 충돌해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김 단장은 "핵분열 반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만들면 폭탄, 핵분열 숫자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면 원자로"라고 설명했다.

원자로는 다시 크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로와 핵분열에서 나온 중성자를 활용하는 중성자생산로 2개로 나뉜다. 발전로는 에너지를 빼내기 위해서 핵분열이 일어나는 노심을 크게 만들고 고온고압에서 운영된다. 반면 중성자생산로는 노심에서 중성자가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에 노심이 작고 보통 저온저압에서 운영된다. 물질 분석이나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등 연구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게 설계됐다.

원자로에서 생산된 중성자 빔은 아주 작은 단위를 잴 수 있는 '자'처럼 활용된다. 물질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

김 단장은 "중성자는 전하가 없어서 다른 입자보다 깊게 투과할 수 있다"며 "크기가 작은 리튬(Li)이나 수소(H)와 반응을 잘해 X선으로는 분석이 불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나 단백질 구조를 분석할 때 파워풀한 툴"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려면 기존 실리콘(Si) 기반의 컴퓨터가 아닌 신물질이 필요하다. 신물질의 특성을 증명하기 위한 분석에도 연구로에서 나온 중성자가 활용된다. 독일 제약기업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할 때도 독일의 연구로인 FRM-2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1950년대 후반 연구로를 처음 도입했다. 1995년 준공돼 30년째 현재 운영 중인 유일한 국내 연구로인 하나로(HANARO)의 핵심 기능은 '냉중성자 빔'이다. 김 단장은 "냉중성자는 일반적인 중성자보다 에너지가 매우 낮아 파동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굉장히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로에서는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주목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도 생산할 수 있다. 김 단장은 "무거운 원자핵을 가속시켜 암을 죽이는 중입자 암 치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약으로 먹어서 치료와 진단을 동시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로에서는 소아백혈병 환자에 쓰이는 치료약인 '요오드(I)-131 MIBG'를 생산한다.

그는 "다른 동위원소보다 암 치료에 월등한 효과가 있어 '꿈의 동위원소'라고 불리는 루테튬(Lu)-177을 활용한 치료가 최근 뜨고 있다"며 "일부 국가는 치료가 허가됐고 한국도 허가가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병엽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루테튬-177은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전립선암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연은 2027년 말까지 부산 기장군에 동위원소 생산 전용 원자로인 '수출용신형연구로'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기부는 의료용방사성 동위원소를 국산화하고 수출까지 이어 전 세계 동위원소 시장의 15%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세운 바 있다.

김 단장은 연구로가 하나의 연구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는 "연구로가 처음으로 무언가 시도하는 학생·벤처기업, 기초과학 연구를 하는 대학 교수, 자동차·배터리·제약바이오 하이테크 기업이 떠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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