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방사선 이용 악취 제거 시스템 설치"

이채린 기자 2024. 10. 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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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대체불가능한 방사선 기술 만들 것"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원자력아카데미에서 정병업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원자력연 제공

올해 말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가 개발한 악취제거 시스템이 설치된다. 방사선을 이용해 패널 제작 등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악취를 제거하는 시스템이다. 

정병엽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버텍스코리아에서 열린 '과학언론인 원자력 아카데미'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사선 기술을 소개했다.  

원자력연 내에 있는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연구기관이다. 1966년 방사선 농학연구소로 시작해 2005년 방사선과학연구소를 거쳐 2011년 첨단방사선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방사선은 방사성 물질이 더 안정한 물질로 붕괴될 때나 기타 원인으로 발생하는 입자선 혹은 전자기파를 말한다. 

정 소장은 "50년 전 방사선을 조사하는 1세대 방사선기술 연구가 활발했다"면서 "방사선을 다른 산업에 융합하는 2세대 방사선기술을 거쳐 현재는 3세대인 대체불가방사선강점기술(NFRT)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NFRT은 방사선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극대화해 한계를 돌파하는 기술이다. 다른 기술로 대체가 불가능한 방사선 기술과 기존 제조 공정의 효율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원자력연에서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와 나선형 양성자 가속기인 '중형급 RFT-30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한다. 하나로에서 만든 방사성동위원소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이클로트론에서 만든 방사성동위원소는 주로 질병, 증상 등을 '진단'하는 데 쓰인다. 

정 소장은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주로 사이클로트론에서 만든 방사성동위원소와 방사선을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방사성동위원소 연구 사례는 2018년 공개한 가습기살균제 체내 추적 기술이다. 체내에 흡입된 가습기살균제 물질인 'PHMG'가 이동하는 형태를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분석하고 영상화했다. 당시 이 기술을 통해 첨단방사선연구소가 PHMG를 흡입한 지 1주일이 지나도 70% 이상 폐에 잔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았다. 

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방사선 기술로 신약 및 백신 등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돕는다. 방사성의약품이란 질병을 일으키는 세포에만 달라붙는 단백질에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연결해 대상 세포만 정밀타격하는 치료제다.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범위가 작아 부작용이 적은 게 장점이다. 원자력연은 10여 개의 치료 및 진단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해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다만 정 소장은 "원자력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인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주로 주관하는 임상시험을 쉽게 진행할 수 없어 의약품 개발을 시도하기 쉽지는 않다"면서 "현재 새로운 의약품 후보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해 데이터를 쌓아 안전성을 입증받은 다음 임상시험을 진행해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사선을 이용해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악취를 제거할 수도 있다. 전자가속기에서 가속된 전자가 악취 원인물질의 분자결합을 분해하는 기술이다. 정 소장은 "첨단방사선연구소의 악취 제거 시스템은 올해 말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설치될 예정"이라면서 "다른 삼성 계열사나 또 다른 회사에 확장돼 설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육종기술을 이용해 벼, 콩, 케나프, 화훼류 등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할 수도 있다. 방사선육종은 낮은 수준의 방사선을 종자에 쪼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방식이다. 유전자 변이를 무작위로 일으켜 우수한 형질을 가진 변이를 선별할 수 있다. 지난 8월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한국에서도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슈퍼푸드인 '잠두' 품종을 개발했다. 

정 소장은 앞으로 첨단방사선연구소는 현재 전량 수입하는 '내방사선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방사선 반도체란 치명적인 우주 방사선 등 강한 방사선을 견딜 수 있는 반도체로 우주 기술 개발의 핵심이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방사선 영향평가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시켜 방사선으로부터 반도체를 보호하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정 소장은 "첨단방사선연구소가 중심이 돼 NFRT를 통해 국내 방사선 산업 생태계를 대전환하겠다"면서 "방사선 기술을 이용한 연구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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