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국의 가을을 즐기고 싶다면? 사과 농장으로 GO![통신One]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수확의 계절이 돌아왔다. 캐나다는 농업이 주된 나라로서 다양한 농산물과 과일들이 풍성하게 자란다. 매년 철마다 농산물을 수확하는 체험 행사가 활발하게 운영되며, 특히 가을철에는 붉게 물드는 단풍과 함께 사과 알도 탐스럽게 익는다. 이런 멋진 계절에 주말을 맞아 사과 따기 체험에 나섰다.
캐나다는 드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답게 사과밭의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막힘없이 펼쳐진 언덕 위에 사과나무들이 끝없이 서있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고, 빨갛게 익은 사과들은 햇빛 아래에서 빛나며 매력을 더했다.
주변은 목가적인 풍경으로 가득했지만, 사과 농사를 짓는 모습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체계적이고 기계화되어 있었다. 넓은 밭을 정돈된 행렬로 가득 채운 사과나무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었고, 최신식 농기구들이 움직이며 농장을 관리하는 모습은 마치 산업의 한 단면을 보는 듯했다.
이런 깔끔한 풍경 속에서 농업의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과 기술이 함께 만들어낸 이 모습은 사과 수확을 단순한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질서 있고 효율적인 과정으로 느껴졌다.
사과를 따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과수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떤 곳은 일 인당 체험비를 요구하기도 하고, 이곳에서는 수확할 사과의 양만큼 비닐봉지를 하나 구매하면 된다. 우리 가족은 8㎏짜리 비닐봉지를 16달러(약 1만6000원)에 구매했다.
사과밭이 워낙 크기 때문에 체험할 사과나무가 있는 곳까지는 트랙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애나 어른이나 뭘 탄다면 그저 설레고 기분이 좋다. 게다가 생전 처음 타보는 캐나다 농장의 트럭을 경험할 수 있어, 오히려 사과 따기보다 이 순간이 더 기대됐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트랙터에 앉아 있으니, 마치 캐나다의 부농이 된 듯한 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사과밭에 도착하니 생전 처음 보는 다양한 종류의 사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반짝반짝 하게 윤이나고 동그랗게 예쁜지 동요 "사과 같은 내얼굴 예쁘기도 하지요~"라는 노래 가사가 왜 생겼는지 실감하게 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사과가 있었다니 놀라웠다. 색깔도 너무 다양해 이름은 알지 못해도 색깔로 구분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뻗어 사과를 따기 시작했다.
"이건 달콤한 맛이 날 것 같아!"라는 기대감을 품고 사과를 따며 직접 맛보기도 했다. 사람들은 모두 사과를 한 입씩 베어 물며 다들 흥분된 모습이었다. 마음껏 먹고 딸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이 사과는 귀여운 빨강이네! 이건 수수한 노랑!"이라고 놀기도 했다. 심지어 맛보며 "이건 달콤한 아이, 이건 새콤한 아이!"라며 나름의 사과 평가도 내렸다.
사과가 너무 많이 달려 있어 보물찾기 같은 재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손만 뻗으면 사과를 딸 수 있으니, 봉투는 금세 가득 찼고, 주머니와 가방까지도 사과로 넘쳐났다. 역시 대농장을 소유한 부농의 인심은 넉넉한 것 같다. 구매한 봉투 이외에도 아쉬움 없이 담아갈 수 있었다.
이 많은 사과를 집으로 가져가면, 보통 캐나다인들은 사과파이·사과잼·사과주스 등 다양한 사과 요리를 만든다. 이렇게 가을 내내 사과로 식탁을 풍성하게 차릴 수 있기 때문에 사과 따기 체험은 캐나다인들은 꼭 참여하고 싶은 농장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역시 이 과수원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사과를 따고 나오면 사과 와인·잼·말린 사과 등 다양한 상품을 파는 매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캐나다에 오래 살지 않은 우리는 사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깎아 먹는 것뿐이기에, 이 방앗간에서 다양한 물건들을 또 담았다. 사실 내가 딴 사과보다 여기서 구입한 음식들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사과밭 옆에는 드넓은 호박밭도 있었는데, 핼러윈 장식용 호박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사과 한가득에 호박을 3~4개씩 들고 낑낑대며 걸어갔다. 하지만 힘든 내색은 전혀 없었다.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사과로 요리할 생각과 호박으로 핼러윈 장식을 만들 생각에 흥분과 들뜬 모습이 가득했다.
이런 체험을 해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봄에는 아이들과 함께 딸기 따는 체험장을 방문해 자연을 만끽하게 해주듯, 캐나다에서도 여름에는 블루베리 농장에서 블루베리를 따고, 가을에는 사과를 따며 가족이 함께 즐겁게 지낸다. 아이들에게 농장 체험을 시켜주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사과는 사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흔한 과일이기에 나와 같은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의 농장을 직접 방문해 전통적인 트럭을 타고, 현대화된 농법으로 농사짓는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가을이 깊어지며 캐나다의 온 세상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그 가을빛이 저물세라 사과들도 마지막 힘을 다해 발갛게 익어가고 있다.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선택받기를 바라며, 사과들은 따뜻한 가을 햇살을 흠뻑 받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수확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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