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난민기구’ 법으로 막겠다는 이스라엘…유엔 “깊은 우려” 경고

최우리 기자 2024. 10. 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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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만장일치로 "구호 활동 존중하라"…네타냐후에 서한 보내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추진 중인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억압 관련 법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밝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에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막는 법을 추진하지 말라고 만장일치로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이 기구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와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법을 추진해왔다.

아에프페(AFP)통신 등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만장일치로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활동을 막는 법에 대해 경고하고,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활동을 존중하고 직원을 보호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법적 지위를 바꿀 수 있는 이스라엘의 이런 입법 제안에 깊은 우려를 한다”며 “(이 법은) 이스라엘 행정 관료들과 소통할 기회를 방해하고, 세계 유엔 조직과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면책특권을 무력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슬로베니아와 함께 팔레스타인 영토 위기를 안건으로 긴급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 비상임 이사국 알제리의 아마르 벤드자마 대사는 “수년동안 이스라엘 당국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해체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며 “(이 기구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불가침 권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전날인 8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며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없이는 가자지구 주민 대부분에 대한 식량 운송과 피난·의료시설 제공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법안은 가자, 나아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팔레스타인 영토 전체 주민의 고통과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질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는 유엔 헌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국제법 아래 이스라엘의 의무를 위반하는 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외교국방위원회는 유엔 결의로 설립된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활동을 사실상 막는 2개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 정부기관과 직원들이 이 기관의 접촉을 허용하지 않고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뼈대다.

이스라엘 크네세트 상임위에서 본회의에 회부한 법안은 3번의 토론(독회)를 거친 뒤 표결에 부쳐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을 보면, 지난 7월2일 외교국방위원회는 보아즈 비스무트 리쿠르당(집권당) 의원과 율리아 말리노프스키 베이테누(극우)당 국회의원 등이 제안한 관련 법안들을 통합한 뒤 6일 이를 승인했다. 이 법률이 제정되면 이 기구는 이스라엘이 침공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사실상 점령 상태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활동하기 사실상 어려워진다.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1948년 5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건국을 선언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이 대규모로 난민이 되자, 1949년 12월8일 유엔 총회 결의 제302호에 따라 설립한 국제기구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최대 유엔 기구인 이 단체를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이스라엘은 이 기구 직원 일부가 지난해 10월 7일 일어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했고, 이런 주장에 따라 미국 등 10여개국이 이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한때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기구가 하마스와 연루돼 있다는 혐의를 받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뒤 스웨덴과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지난 4월 지원을 재개했다. 미국은 내년 3월까지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이 기구를 해체하자고 유엔에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7월2일 이스라엘 의회 외교국방위원회에서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제공
이스라엘 시민들이 예루살렘에 있는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사무실 밖에서 반대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제공

한편,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위협을 명분으로 벌이는 레바논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레바논 남부 다히예 지역을 중심으로 벌이는 레바논 침공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텔레그램으로 영상 메시지를 공개해 “다히예는 베이루트의 다른 지역과 다르다”며 “이곳에서 헤즈볼라의 결정이 내려지고 민간 건물 안팎에서 전략 무기가 만들어지고 숨겨진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리아 국영언론을 인용해 다마스쿠스 주거용 건물에 공습이 이뤄져 최소 7명이 사망하고 여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무기가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도시 키리아트 시모나에 로켓 20발이 쏟아져 산책 중이던 민간인인 남성과 여성 총 2명이 사망했다고 시엔엔(CNN) 등이 보도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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