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을길 OO으로 택배 보내줘”…유목민의 나라에 K주소체계 깔았다
아직까지 주소체계가 미흡한 몽골에서 우리 정부가 ‘K-주소 수출 사업’을 진행한다. 칭기즈칸의 발자취에 주소를 남기는 역할을 한국이 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6월 6일부터 15일까지 9박10일 간 몽골을 방문해 몽골의 주소 체계 현대화 컨설팅을 진행했다. 행안부는 “몽골 정부에서 현재 추진하는 주소 체계 현대화 및 국가주소정보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한국의 경험과 사례 전수를 위한 한국 전문단 파견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달 몽골을 찾아 몽골 주소체계 현대화 사업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장관은 “한국은 100년간 사용해 오던 지번 주소를 다수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도로명주소로 전면 개편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몽골의 주소 체계 현대화 사업에 한국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소 체계가 없을 때 벌어지는 일상의 불편함은 상상 이상이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배달 어플리케이션이나 네비게이션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택배 시스템도 운영될 수 없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한 단원은 몽골에서 소포를 받을 일이 있었는데 소포가 자신이 머무는 곳까지 배송되지 않아 수시간 거리에 위치한 우체국을 직접 찾아야 했다.
몽골 역시 주소 체계 개편을 시도한 바 있다.
몽골은 2013년 2월 ‘몽골 주소 기본법’ 시행을 통해 주소 현대화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유목민족이 뿌리인 몽골인들은 게르(천막 형태의 몽골 전통 가옥)를 활용해 초원 곳곳을 이주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고, 주소 현대화 작업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나가보니 도로도 국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차량이 이동하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도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부분 지역에서 건물번호판, 도로표지판 등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시계획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주소 시스템이 낙후되는 원인이 됐다. 주소 체계가 갖춰진 선진국은 모든 도로에 도로명을 부여한 뒤 주소를 정한다. 반면 몽골은 울란바토르와 같은 수도도 일단 건축물 인·허가가 나면 주변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고 바로 승인을 내렸고, 이로 인해 건물이 생길 때마다 주소가 생기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 실제로 울란바토르의 500여개 도로 가운데 도로명이 부여된 도로는 아직 200여개에 불과하다.
이에 행안부는 우선 법체계부터 강화했다. 기존 5개조로 구성된 몽골 주소 기본법을 14개조로 늘렸다. 특히 제3조에는 ‘주소의 구성 및 표기’ 기준을 규정해 주소 표기 방법을 통일화했다. 이로 인해 울란바토르에는 몽골로 3길, 게르로 8길, 고비길 등과 같은 한국식 도로명 주소가 탄생했다.
몽골인들의 삶의 터전인 초원 등 도시 지역이 아닌 곳은 몽골 알파벳 32개 글자를 활용해 ‘국가지점번호’를 부여했다.
등산을 할 때 산길에 ‘국가지점번호’, ‘긴급전화 119’ 등의 내용이 담긴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함께 쓰여진 문구가 위치를 알리는 국가지점번호다. 한국은 모든 도로에 도로명이 부여돼 국가지점번호를 일상에서 쓸 일이 많지 않지만 몽골은 도로명이 없거나 아예 도로가 없는 곳도 많기에 이를 통해 국토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엔크만라이 아난드 몽골 토지행정청장은 “농촌 지역에서도 주소를 확보하게 됐다”며 “주소 사용자들이 이제 길을 잃이 없고, 몽골 영토 전체가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 주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달 말 이 장관의 몽골 출장에서는 울란바토르 시내에 위치한 서울로 도로 표지판 제막식을 갖기도 했다. 1996년 서울과 울란바토르가 자매결연을 맺은 것을 기념해 울란바토르 정부청사 인근에 ‘서울의 거리’라는 도로가 생겼고, 이번 주소 현대화작업을 통해 ‘서울로’라는 도로 표지판을 세운 것이다.
이 장관은 “앞으로 주소 분야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정부, 사이버 보안, 공공데이터 정책, 공무원 역량 강화 등 다양한 공공행정 분야에서 몽골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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