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주식으로 학원비 벌겠단 '위험한 발상'
고수익 주식에 혹하는 직장인
목돈 잠깐 넣어 불리려 하는데
원금 손실이라도 나면 큰일
급한 돈일수록 안전 보관해야
장기 납입하는 펀드상품도 좋아
하루에도 몇십퍼센트씩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 그걸 보는 주식 꿈나무들은 한번쯤 이런 '위험한 상상'을 한다. "하루만 목돈을 넣었다 빼볼까? 수익 나면 대박인데." 하지만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자녀 학원비나 집세 등 당장 내야 할 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주식으로 자녀 학원비 마련할 생각을 하는 부부의 솔루션을 도왔다.
2년만 더 대출금을 상환하면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박창수(가명·47)씨와 이영화(가명·45)씨. 부부는 '서울에선 집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경상남도 창원까지 내려와 살림을 차렸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99.1㎡(약 30평)의 자가 아파트(2억5000만원)를 얻었고, 지금은 대출금이 1500만원가량 남은 상태다.
이 부부의 문제는 대출금을 갚느라 부부가 재테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흔한 예적금 통장은 물론이고 주식이나 펀드도 없다. 부부의 슬하엔 곧 대학에 입학하는 두 자녀(17·14)가 있어 지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2년 정도 대출금을 더 갚아야 하는 상황이기에 여유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대출금을 다 갚아서 여유자금이 생긴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가계부 상태가 좋지 않아 한달에 81만원씩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답이 없겠다고 판단한 부부는 필자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두 사람의 수입은 그리 많지 않다. 둘 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는 남편이 330만원, 아내가 300만원을 벌어 총 63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지출은 정기지출 638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1만원 등 711만원이다. 한달에 81만원씩 적자가 났다.
1·2차 상담에서 부부가 필자와 함께 노력한 결과는 이렇다. 부부는 정기지출 238만원, 비정기지출 12만원 등 총 25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81만원 적자가 169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부부의 보험료(월 82만원)에서 답을 찾은 게 결정적이었다. 필요 없는 보험들을 과감히 정리해 비용을 절감하고,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으로 대출 잔여금을 갚으면서 매월 89만원씩 내던 대출 상환금도 털어냈다.
물론 부부의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169만원이 그다지 큰돈이라 할 수 없다. 이 169만원으로 자녀 대학 등록금부터 부부의 노후 준비까지 모든 것을 끝마쳐야 한다. 언급했듯 지금까지 저축을 단 한푼도 하지 않았으니, 미래 준비에 남들보다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
부부가 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자녀 사교육비, 첫째 대학 등록금, 부부 노후 등 3가지다. 자녀들 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은 당장 필요하니 저축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준비를 전혀 해놓지 않은 노후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169만원도 부족해 보인다. 수익성과 안전성 '두 토끼'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얘기다. 저축해서 이자를 얻든 투자해서 수익을 올리든 원금을 불려야 한다는 얘긴데,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은행상품은 원금을 불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기억하기로는 연이율 20~24%의 '꿈에 나올 법한 금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은행 금리가 떨어지면서 통장의 위상도 덩달아 추락했다. 요즘엔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 모으는 게 은행 이자보다 많을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실제로도 은행상품의 금리는 물가상승률의 반도 못 따라간다. 그래서인지 은행상품은 뒷전으로 하고 수익성을 좇아 주식이나 펀드에 '올인'하는 상담자들이 적지 않다. 상담받는 박씨도 "주식이랑 펀드는 지금부터라도 무조건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런데, 박씨가 한가지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예적금 통장보다 안전하게 돈을 보관할 수 있는 상품은 없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지출해야 하는 재무 이벤트가 있다면, 주식·펀드를 살펴볼 게 아니라 예금 통장을 먼저 찾아야 한다. 주식으로 학원비를 마련하려는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정리하면 단기에 마련해야 하는 재무 이벤트는 안전성이 높은 상품에,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재무 이벤트는 괜찮은 수익률을 가진 상품에 투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이런 관점을 고려해서 박씨 부부를 위한 재무 솔루션을 세워보자. 먼저 자녀들의 학원비와 첫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금통장(20만원·이하 월 기준)과 적금통장(50만원)을 하나씩 만들어 납입하기로 했다. 학원비는 당장 몇개월 안에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예금 통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두 자녀가 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한 이후에는 예금 통장을 둘째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용도로 쓸 예정이다.
부부의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로는 안전성과 함께 수익성도 고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적립식펀드에 매월 40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적립식펀드는 소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언제든지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투자하다가 수익률이 나쁘다고 판단되면 납입을 중단하면 된다. 물론 투자상품인 만큼 원금을 손실할 우려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가며 납입 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선 재테크 감각을 키우기에도 효과적이다.
개인형퇴직연금(IRP)에도 30만원씩 넣기로 했다. 이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세금 공제다. 최대 9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는데,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가 900만원을 모두 납입하면 이듬해 연말정산에서 148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55세 이후엔 연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전문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29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메신저와 연결돼 있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계좌는 만약을 위한 비상금 용도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 솔루션을 모두 끝마쳤다. 부부는 여유자금 170만원을 자녀 학원비(예금 20만원), 대학 등록금(적금 50만원), 노후(적립식펀드 40만·IRP 30만원), 비상금(인터넷전문은행 29만원) 등을 마련하는 데 적절하게 배분했다. 재테크 경험이라곤 부동산이 전부인 만큼, 부부에겐 펀드 투자나 연금을 학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출도 250만원이나 줄였기 때문에 씀씀이가 줄어드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부부가 합심해서 이런 부분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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