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무관심에 국감서 증발된 가상자산 이슈

진상훈 기자 2024. 10. 10. 10: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감서 가상자산 관련 질의·증인 채택 사라져
관심 끌 이슈 부재·정무위 內 전문가 부족
비트코인 ETF·토큰증권 도입 등도 하세월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한 이슈가 자취를 감췄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뉴스1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이슈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의 루나 폭락 사태처럼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이슈가 없었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야당의 주요 공약이었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도입 논의도 뒷전으로 밀리는 등 최근 정치권의 관심에서 가상자산이 사라진 분위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올해 국감에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나 관련 인사들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부르지 않기로 합의했다. 가상자산 시장 관련 이슈는 국감에서 다루기로 한 주요 현안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2022년 국감에서는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시 국내와 해외에서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킨 루나 폭락 사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 의혹 등 국민적 관심을 끌 만한 굵직한 이슈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루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와 김서준 해시드 대표,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등이 채택됐고, 빗썸 의혹에 대한 질의를 위해 이정훈 빗썸홀딩스 전 의장과 실소유주로 지목됐던 강종현씨가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대량 보유·매매 파문이 있었지만,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들의 증인 채택은 눈에 띄게 줄었다. 김 전 의원의 코인 보유 논란이 정치권 전체로 불똥이 튀자, 여야가 가상자산 관련 인물들을 증인에서 제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들은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국감에서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면서 “올해는 잇따른 은행들의 금융 사고와 티메프 사태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후 제2의 루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 점도 이번 국감에서 가상자산이 사라진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시장과 업계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이 줄었다는 점도 이번 국감에서 가상자산이 자취를 감춘 이유로 꼽힌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경제학 교수 출신의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금융지주, 카카오뱅크 등에서 일했던 이용우 전 민주당 의원 등이 가상자산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이번 22대 국회 정무위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가상자산 시장을 경험한 적이 없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일단 국감에서 증인 채택이 제외된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이 급감해 실적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인데, 최고경영자(CEO)나 주요 임원이 국감에 불려 갈 경우 회사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와 금융인, 기업 전문 변호사 등이 다수 포진했던 지난 21대 국회와 달리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경험이 있는 의원들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월 열린 '2024 조선비즈 가상자산 콘퍼런스'에 참석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윤창현 전 의원, 김한규 의원. /조선비즈DB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이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서둘러 매듭지어야 할 현안의 해결이 늦어지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산업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도입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올해 초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했다. 7월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까지 승인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홍콩 역시 아시아의 가상자산 허브가 되겠다는 정책 목표를 세우고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다. 반면 한국은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지금껏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가 막혀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비트코인 현물 ETF의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후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감 이후 정치권의 일정과 여야의 대치 국면 등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올해 안에 국내에서 승인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최근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미국은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지원과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 역시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의 지원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의 무관심에 비트코인 현물 ETF와 토큰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이 얻어야 할 새로운 기회가 계속 막혀 있다”라고 지적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