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쩐의 전쟁' 제동…주주 설득 통할까 [투자360]
고용보장·기술수호 의지 재차 강조
공개매수 종료 D-3, 최윤범 회장 압박 효과도
분수령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관건’
[헤럴드경제=심아란·서재근 기자]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쩐의 전쟁’에 제동을 건다. 공개매수 가격 상향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무의미한 가격 경쟁을 두고 회사 재무구조 훼손을 지적한 만큼 최 회장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1.9%, 10.7% 하락한 수준에서 장을 시작했다. 장 초반 거래가는 각각 76만1000원, 3만200원을 기록 중이다. MBK의 입장 발표에 따라 주가 상향 기대감이 일부 꺼진 모습이다.
앞서 9일 MBK는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주당 83만원, 영풍정밀 3만원을 유지한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 역시 두 곳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으나 상대 측에서 가격인상에 나설 경우에도 MBK의 제시 가격은 고정하겠다고 강조했다.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한도는 14.6%, 최 회장 측의 자사주 취득 목표 물량은 발행주식의 18%다. 영풍정밀의 경우 MBK 측 매수 물량이 43%, 최 회장 측이 25%다.
MBK는 “각 회사의 적정가치 대비 공개매수가는 충분히 높으며 이미 기존 주주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수준”이라며 “현재 공개매수 가격 이상의 경쟁은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돼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MBK가 ‘재무건전성’을 언급한 점이 눈길을 끈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인수 가격이 시장가치보다 월등히 높아질 경우 회사에 재무 부담이 전가되는 점을 강조해 최 회장 압박에도 나선 셈이다.
MBK는 최 회장과 가격경쟁을 치르며 당초 계획보다 인수금융 규모가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늘어난 조달 비용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배당 등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배당 확대의 경우 비지배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과도하게 늘릴 경우 미래 투자를 위한 회사 재원이 부족해진다.
최 회장이 차입매수 형태로 진행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의 재무 부담은 보다 직접적이다. 현재 3조1000억원에 달하는 단기차입금을 일시에 일으켰다. 고려아연의 올 6월 말 연결 총차입금 1조4107억원을 압도하는 규모다. 급하게 단기 자금을 마련한 탓에 이자율은 5~6%에 책정됐다. 고려아연과 동일한 신용도(AA+)를 가진 기업의 발행금리가 3% 중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에 상당한 웃돈을 제공했다. 금융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신사업 투자나 주주환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일정 측면에서는 MBK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 공개매수 청약은 MBK 측이 오는 14일, 최 회장 측이 23일에 종료된다. MBK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를 위한 가처분 재판을 진행 중인 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적법 여부에 관계없이 ‘불확실성’ 자체를 기피하는 투자자라면 MBK 측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공개매수에 따른 세금 역시 MBK는 양도소득세, 고려아연은 배당소득세가 적용되는데 누진세율을 고민하는 개인, 절세를 기대하는 외국인 등 기관은 MBK를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최 회장의 의사결정에 쏠려 있다. 기존 공개매수 기간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변경할 수 있는 시점은 오는 11일이다. 물론 최 회장이 가격 상향 카드를 선택하기에 부담이 따른다. 회삿돈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의사결정을 두고 적절성 여부에 이미 물음표가 붙은 상태다.
고려아연은 MBK를 향해 공개매수 자체를 중단하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역시 취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MBK는 ▷임직원 고용 보장 ▷중국 매각 등을 포함한 기술 해외 유출 가능성 차단 등을 거듭 강조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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