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데이터, 가을엔 믿지마세요

심진용 기자 2024. 10.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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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상대 전적이 가을야구에서 반전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두산 곽빈이 KT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선발 등판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왼쪽 사진) KT 웨스 벤자민이 지난 8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문보경을 삼진으로 잡은 뒤 주먹을 쥐고 있다. 두산 제공·연합뉴스


‘KT전 무적’ 곽빈
1회부터 4안타 와르르
‘LG 킬러’ 벤자민
홈런 2방에 패전투수


KT에 고전했던 손주영은
5.1이닝 7K 인생투
변화구 집중·빅볼 작전 등
노림수로 천적 뒤집기 증명


가을 무대 첫 판부터 심상치 않았다. 두산 곽빈이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KT를 상대로 1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올해 정규시즌 곽빈은 KT전 무적에 가까웠다. 5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1.51을 기록했다. 그러나 곽빈은 1회부터 연속 4안타를 허용하며 속절없이 무너졌고, 믿었던 곽빈이 무너진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처음으로 ‘업셋’ 탈락의 불명예를 떠안아야 했다.

곽빈 뿐 아니다. 정규시즌 극명했던 상성 관계가 올가을 판판이 무너지고 있다. 단기전은 시즌 경기와 다르고, 그렇기에 정규시즌 전적은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줄줄이 상성이 깨지는 것도 이채롭다.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선발 등판한 KT 웨스 벤자민이 7이닝 무실점 완벽한 투구로 팀을 준플레이오프(준PO)로 끌어올렸다. 정규시즌 벤자민은 두산 상대 평균자책점 8.18로 부진했다.

고전했던 두산 상대로 잘 던졌던 벤자민이 LG 상대로는 난타를 당했다. 8일 수원에서 열린 준PO 3차전, 벤자민은 홈런 2방을 맞고 5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벤자민은 KBO 공인 ‘LG 킬러’였다.

벤자민이 고전하는 동안 LG 2번째 투수로 3회 부랴부랴 올라온 손주영은 ‘인생투’에 가까운 공을 던졌다. 5.1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개인 첫 승을 올렸다. 손주영은 정규시즌 KT 상대로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6.19로 고전했지만, 이날 손주영의 투구는 정규시즌 기록을 무의미하게 만들만큼 위력적이었다.

무너진 상성 관계 뒤에는 이유가 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KT 타자들은 곽빈의 변화구에 집중했다. 무의미하게 공을 기다리기보다 시야에 잡히는 족족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날 곽빈은 위력적인 직구를 유독 아꼈고, 대신 선택한 변화구는 밋밋하게 들어갔다. KT 타자들이 쉴새 없이 안타를 때려냈고, 아직 어린 두산 배터리는 정신 차릴 새도 없이 4점을 내줬다.

정규시즌 내내 약했던 벤자민 상대로 LG는 ‘빅볼’로 해법을 찾으려 했다. 연타로 점수를 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홈런 몇 방만 터져나온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대대로 박동원과 오스틴 딘이 홈런 2방으로 4점을 뽑아줬다. 경기 후 승장도 패장도 ‘장타가 승부를 결정지었다’고 했다.

준PO 3차전, 결정적인 승리를 이끈 손주영은 이날 유독 공이 좋았다. 포수 박동원은 “원래 좋았던 커터가 볼로 많이 들어와 직구를 많이 요구했는데 결과까지 좋아 더 많이 사인을 냈다”고 했다. 손주영은 공 하나를 던질때 마다 기합을 토해냈다. 힘 있는 직구 위주의 피칭에 KT 타자들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결국 그날의 컨디션과 팀 차원의 노림수, 임기응변이 적절히 맞춰진다면 정규시즌 적지 않게 표본 쌓인 상성 관계 또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게 올 가을 계속해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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