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굴기' 자랑하는 中…K조선 특단의 대비책 필요"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2024. 10.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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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중국은 정부+조선사, 한국은 조선사로 불리한 싸움 지속"
"조선업 중국이 추월할 수 있어"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17만4000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사진=HD현대중공업


글로벌 조선 경기는 10여 년 만에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컨테이너 선사들의 수익 증가, 세계 선박의 교체 주기 도달, 국제해사기구(IMO)의 탈(脫)탄소 규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에너지 교역 변화가 조선 경기를 끌어 올리는 요인입니다.

지난해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조선업 종합 경쟁력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해양 굴기’ 전략을 실천한 결과입니다. 우리와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세계 조선산업의 1, 2위를 다투고 있는 양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보유한 상선은 선복(船腹)량 기준 세계 1위입니다. 한국은 4위입니다. 중국의 선복량은 한국의 4배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우리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다행히도 수익성이 좋은 가스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분야입니다.

중국은 수익성이 낮은 벌크선·컨테이너선·유조선 수주량이 많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인 가스 운반선이나 친환경 선박도 수주하는 등 다양한 선종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우리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크루즈선과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인도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조선업은 2대(중국 정부+기업) 1의(한국기업) 전쟁

중국은 2002년 중국공산당 제16차 당대회에서 조선산업에 대한 ‘해양 굴기’를 선언했고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해양 강국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해양산업 발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청사진인 '조선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에 따르면, 2025년까지 조선업의 친환경 발전 체계를 구축하고 조선기자재의 공급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2030년까지 중국 선박 공급망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조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은 중국 조선 산업의 강점으로 꼽힙니다. 중국 정부는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불황기엔 정부와 국영기업이 선(先) 발주를 하기도 합니다.

중국은 친환경 및 대체 연료 선박인 LNG선, 메탄올 연료 선박, 크루즈선, 대형 컨테이너선, 심해 및 원양 풍력 발전 설치 선박 등 다양한 선박 유형을 성공적으로 건조하며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 경험도 쌓아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보다 저임금이고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철강 후판 등 조선 원자재의 가격이 덤핑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데다가, 정부의 전략적 지원정책과 국영 조선소를 기반으로 형성된 안정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것도 위협적입니다.

 중국의 미래 경쟁력

조선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지식재산권의 출원과 질과 양은 우리를 압도합니다. 일본 조선업의 몰락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특허출원 건수가 급감하면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국내 조선산업은 대형 3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중견 및 중소형 조선사나 블록업체의 경쟁력이 약해 생태계의 경쟁력은 중국에 비해 뒤처집니다. 한국이 국내 인력 부족과 해외 인력 수입 등으로 생산력과 생산성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생산 부문과 유지보수(AM) 서비스 수요 부분에서 우리를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장기 불황을 겪으며 설계, 엔지니어링 관련 기술 인력은 물론 숙련된 현장 근로자들이 많이 빠져나가 전문직 인력의 부족은 심각합니다.

전 세계 조선업의 아젠다는 '친환경'입니다. 세계적으로 조선산업은 대기 및 해양오염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연료 추진 기술, 전기 및 하이브리드 추진 기술, 수소 및 암모니아 연료 등 친환경 동력 기술이 미래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율 운항이 가능한 스마트 선박, 원격 진단 및 관리가 가능한 선박 등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위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활용해 선박 건조 및 운영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하는 추세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중국, 일본 각국의 친환경 선박기자재 설계 및 생산 역량에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현재까지 한국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지만, 중국도 친환경 조선기자재 생산과 공급 체계 구축, 조선 산업단지 간의 협력 및 국제협력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중국선박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은 규모의 경제에서 산업을 압도하고 있으며, 양 사의 합병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어 성사되면 신설 조선소는 자산 규모 4000억위안(약 76조원)으로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약 17조원)의 4.5배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조선사로 랭크 됩니다. 중국의 조선 산업이 국제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 갖추고 우리를 따 돌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국의 조선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의 기술력 면에서 중국에 강점을 보이고 친환경·첨단기술·조선기자재·장비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력이 매우 높은 것은 다행입니다. 다만, 중국은 2~3년 이내에 친환경 및 고부가가치 선박 세계시장의 50%를 차지한다는 목표하에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점유율을 유지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일본이 겪은 조선산업 몰락의 패턴을 따라가지 않도록 특단의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조선산업은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어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전쟁터로 부상함에 따라 정부의 전략적 개입은 불가피한 영역입니다. 한국이 부족한 부문은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조선산업 생태계를 '국가 해양전략'으로 재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대형 조선사들은 9월 말 현재 부가가치 높은 수주잔고가 3년 이상 100%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물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이 중국을 따돌리는 초격차 전략을 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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