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기수출 중단’…야당이 해야 한다 [세상읽기]

한겨레 2024. 10. 10. 07: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한국시민사회긴급행동 회원들이 이스라엘에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재성 | 변호사·사회학자

이 글의 목적은 하나다. 한국 야당들에 ‘대한민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정책)을 최선두에 놓아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 우리는 동시대의 학살을 1년 넘게 목도하고 있다. 4만명이 훌쩍 넘는 사망자 중 3분의 1이 아동이다. 지금도 죽이고 죽어간다. 외교나 국익이라는 용어는 사치가 된 지 한참이다. 정의와 부정의, 삶과 죽음의 문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심지어 원내 진보정당들도 ‘무기 수출 중단’을 전면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비극이고 수치다.

팩트체크부터 하자. 한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은 2023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700억원이 넘는 무기류(HS코드 93, 8710)를 이스라엘로 수출했다. 가자 학살이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이후 5개월 동안에도 최소 18억원어치의 무기류를 수출했다. 이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아는 한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한심한 답변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아무도 외교부 장관의 거짓말 또는 무지를 지적하고, 그래서 무기 수출이 정당한지를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듯, 이스라엘 무기 수출국 한국은 선택을 해야 한다. 계속 학살의 도구를 공급할지 아니면 중단할지.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4월 세계 각국에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결의를 채택했다. 유엔 총회는 지난 9월 팔레스타인 불법점령 중단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그 내용 중 하나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사용될 우려가 있는 무기를 이스라엘에 이전하는 것을 중단할 것’이었다. 위 결의에 법적 구속력이 있네 없네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자. 지금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은 기준이고 도덕이다.

유수 국가들의 결정도 최근 쏟아진다. 프랑스는 지난 5일 ‘프랑스는 물론 다른 국가들도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의 최우방 동맹국 영국은 지난 9월2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품목 중 일부를 중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캐나다는 지난 3월 이스라엘로의 군사 장비 수출을 완전히 금지하는 조처를 한 것에서 더 나아가, 9월에는 미국과의 탄약 수출 계약도 중단했다. 캐나다 탄약이 미국을 거쳐 이스라엘로 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무기 수출 중단의 국내적 근거도 차고 넘친다. 2013년 가입한 ‘무기거래조약’에 따라 해당 무기가 민간인 공격 등에 사용될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면 무기 이전을 해서는 안 된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평화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해 전략물자 수출 허가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수많은 국제기구의 결정과 보고서 앞에서 이스라엘에 수출한 무기가 ‘평화적 목적에 쓰이는 줄 알았다’고 피해 갈 수 없다. 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대한민국이 따라야 할 조약과 법령 위반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2021년 미얀마 모델을 실행하면 된다. 한국은 2021년 쿠데타와 폭력적 시위 진압을 이유로 미얀마에 ①국방·치안 분야의 교류·협력 중단 ②군용물자의 수출 금지 ③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허가 엄격화 조치를 시행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유관 법령에 의거하여 방산 물자 등의 수출을 국제평화·안전유지 등을 근거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말했다. 그대로 하면 된다.

한국 시민들은 ‘무기 수출 중단’을 일관되게 외쳐왔다. 지난 1월 관련 서명에 1만여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 시민들의 요구에, 앞서 확인한 국제사회와 외국의 결정에, 한국 정치권은 이상하리만큼 목소리가 없다.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해 12월 가자 학살에 대해 ‘인도적 휴전에 돌입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긴 했지만, 무기 공급 지속에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휴전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교전 세력에 무기를 제공할 순 없다.

한-미 동맹과 케이(K)방산을 주술처럼 외치는 정부와 여당에 기대할 것은 없다. 원내 1당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3당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께서 결단해달라. 캐나다 무기 수출 중단의 시작도 야당 주도의 국회 결의안이었다. 무기 수출 중단이라는 국가들의 양심선언에 대한민국도 함께할 수 있게 해달라. 학살을 막기 위해 뭐라도 해달라.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