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국주의 시대, 최소한 독립국은 돼야”...하정우 센터장 인터뷰
미국의 오픈AI, 구글, 메타 등이 기술에서 빠르게 앞서가는 와중에 기업과 정부까지 나서서 한국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한국에서 ‘소버린(sovereign)AI 전도사’를 자처하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글로벌 빅테크가 자기들이 만든 생성AI를 세계에 이식하는 이른바 ‘AI 제국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지금 한국은 AI 패권국이 되느냐 독립국이 되느냐, 종속국이 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데 최소한 독립국은 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하 센터장은 네이버의 AI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인물로,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 이점을 활용한 초거대 AI 클로바X를 개발 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독자적인 AI 모델(파운데이션 모델)이 있어야 한국의 IT 서비스가 글로벌 기업에 종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여러 AI 서비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 센터장은 “예를 들어 한국 스타트업이 오픈AI나 메타의 AI 모델을 기반으로 획기적인 AI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가정하겠다”며 “어느날 오픈AI나 메타가 이용료를 크게 올려버리거나 업데이트를 안해주는 경우, 극단적으로는 아예 AI 서비스를 중단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국내 대학·교육 기관에 무료로 제공하던 클라우드(가상 서버) 저장 서비스를 돌연 유료화했다.
문화와 교육 측면에서도 한국 모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백제금동대향로 사진을 빅테크 챗봇에 물으면 ‘고려나 조선시대 유물’이라고 대답한다”며 “기존의 검색엔진은 여러 개의 결과가 나오고 이용자가 직접 여러 정보를 보며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지만 AI 경우 정보를 버무려 하나를 뱉어내는 시스템이라 특히 학생들 교육에 있어서 그만큼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내년 국내 교육 현장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영어와 서구권 문화 중심의 빅테크 AI 모델이 교육 현장에 도입되면 문화 종속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소버린AI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는 AI 개발에 필요한 GPU 지원을 꼽았다. 그는 “한국 기업의 바잉 파워가 약해 최첨단 AI 반도체인 엔비디아의 H100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기업들이 돈을 벌게될 텐데 정부가 세금을 들여 지원해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의 GPU를 활용해 만든 모델은 국내에서 오픈소스로 풀거나 공공의 영역에 한해 쓰게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했다.
기업과 정부까지 나서서 소버린AI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검색 엔진을 예로 들었다.
“네이버나 다음같은 독립적인 검색 엔진 위에서 쇼핑, 페이 등 다양한 온라인 산업이 발전했습니다. AI는 단순 온라인뿐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에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의 소버린 AI가 있어야, 한국의 관련 산업 발전과 기술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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