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이 비공식 40·40을 하는 것보다, 9명의 십시일반이 강하다…잊지 말자, KIA는 AVG 0.301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도영이 잘 하는 건 분명 KIA 타이거즈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김도영은 김도영 1명이다. 9명의 십시일반의 힘이 훨씬 중요하다.
KIA 이범호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이후 한국시리즈의 최대 관건 중 하나로 타자들의 초반 타격감을 꼽았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팀의 타자들은 정규시즌 종료 이후 약 3주간의 ‘강제 휴식’을 갖는다. 144경기를 치르며 쌓인 피로를 씻을 수 있는 반면, 실전 감각은 그만큼 떨어진다.
현역 선수들은 밥 먹고 운동만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타자들의 타격감은, 계속 경기를 치러도 사이클이 존재한다. 하물며 실전을 장기간 하지 않는 타자들은 감각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일반론이다. 역대 한국시리즈 1~2차전 역사를 돌아보면, 직행팀들의 타자들이 대폭발한 케이스가 거의 없다.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지만 7전4선승제라서 장기전 성격이 있다. 1~2차전을 져도 반격할 기회는 있다. 그러나 1~2차전서 기선을 제압하지 못한 팀이 시리즈 중반 이후 전세를 뒤집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직행 팀이든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이든 1~2차전은 매우, 아주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범호 감독이 타자들의 타격감을 특별히 신경 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KIA는 4일부터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자체 훈련을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땀을 흘리는 방향을 택했다.
9일 상무전을 시작으로 14일 롯데 자이언츠 2군에 이어 18일 자체 연습경기까지 세 차례 실전을 잡았다. 타자들의 요청으로 자체 연습경기를 16일에서 18일로 옮긴 게 눈에 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21일인 걸 감안할 때, 마지막 실전을 16일에 치르는 것보다 18일에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런 점에서 9일 상무전은 결과를 떠나 내용이 고무적이었다. 훈련에 참가 중인 타자 전부 1타석 이상 소화했다. 장단 22안타로 16득점하며 대승했다. 6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선빈이 3안타를 터트렸다. 박찬호, 최원준, 김도영,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한준수가 나란히 2안타를 날렸다. 김도영, 최원준, 소크라테스는 홈런을 가동했다.
지난달 30일 최종전을 치른 뒤 9일만의 실전이었다. 물론 상무 투수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1군 투수들과 비교할 수 없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KIA도 8일간 휴식을 취한 걸 감안한다면,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다. 이 결과와 내용에 안주하면 절대 안 되지만, 한국시리즈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 중인 건 긍정적이다.
이범호 감독은 최종전을 앞두고 40-40에 홈런 2개가 부족했던 김도영이 한국시리즈서 홈런 2방을 더해 비공식 40-40을 하면 된다고 농담했다. 물론 김도영은 KIA에 아주 중요한 선수다. 부진할 경우 데미지가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김도영만큼 중요한 건 주전 9명의 시너지다. 김도영이 설령 다소 부진해도, 많은 선수가 고루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게 KIA로선 더 고무적일 수 있다. 알고 보면 KIA 타선은 정규시즌 팀 타율 0.301이었다. 십시일반의 힘이 무섭다는 걸 증명한 팀이다.
단기전은 추격조가 필요 없다. 최고의 실력, 최상의 컨디션을 지닌 투수들만 나선다. 심지어 완급조절 없이 100% 힘으로 투구한다. 타자들이 자연스럽게 위축된다. 한국시리즈서 22안타 16득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주축타자들이 순조롭게 타격감을 올리는 건 고무적이다. 주전들의 시너지가 무섭다는 걸 입증한 팀이 KIA다. KIA가 첫 연습경기서 김도영의 홈런 이상으로 십시일반의 힘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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