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될성부른 스타트업, 전문가가 ‘콕’ 찍어 지원, 해양수산서도 유니콘 키울래요”
해양수산 특화 AC로 초기기업 발굴 총력
빈센·씨위드·타스글로벌 등 성과 잇따라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은 산업 육성을 위해 스타트업 발굴,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해수부는 2018년 KIMST를 창업투자 전담기관으로 지정했다. 예비창업자 발굴부터 시작해 이들이 성장해 후속 투자를 받고, 판로를 확보하는 데도 힘을 보탠다. 전문 투자자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 KIMST 본사에서 만난 박진완 산업진흥본부 본부장은 ‘해양수산 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 사업’을 대표 성과로 꼽았다. 그는 “AC 중에서도 해양수산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잘 아는 곳을 선정하고, 이들 민간 전문가를 통해 창업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초기기업의 사업화 자금을 대고 멘토링,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해당 AC가 직접 투자하기도 하며, 후속 투자 유치도 돕는다”고 했다.
해양수산 분야에 50억원 이상 투자한 벤처캐피털(VC) 40여곳을 모아 ‘해양수산 투자기관 협의회’도 만들었다. 박 본부장은 “이들이 성장 단계에서 후속 투자까지 유치해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KIMST가 해양수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이유는.
“KIMST의 주 업무는 해양수산 기술을 육성해 이 성과를 산업에 적용하는 것이다. 해양수산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기업 수도 해양 분야가 3만~4만개, 수산 분야가 12만개(횟집 포함) 정도로 전체 16만개에 그친다. 기술 기반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다. 또 이들 중소기업은 어느 정도 성장한 단계이기 때문에 신규 채용 등 고용 창출에서 크게 기여를 하지 못한다.
해양수산 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선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타 산업 기업과 해양수산 분야를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을 찾거나 아예 신규로 해양수산 분야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집중적으로 키워내는 거다.
KIMST는 2018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창업투자 전담기관으로 지정 받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기업(기업가) 육성을 통해 해양수산의 미래가치를 사업화해 매출 1000억원, 나아가 유니콘까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 해양수산 분야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루고자 한다.”
―해양수산 기업 수가 생각보다 적은데.
“바다는 거대하고 위험하다 보니 기업들이 뛰어들기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성’도 굉장히 강하다. 정보통신기술(ICT)처럼 소규모 기업이 창업하자마자 프로그램을 만들고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바다에 가서 탐사도 해야 하고, 추출도 해야 한다. 거대 인프라가 필요하다.”
―어떻게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2019년부터 시작한 해양수산 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 사업을 대표적으로 꼽고 싶다. AC 중에서도 해양수산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잘 아는 곳을 선정하고, 이들 민간 전문가를 통해 창업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초기기업의 사업화 자금을 대고 멘토링,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해당 AC가 직접 투자하기도 하며, 후속 투자 유치도 돕는다.
올해는 AC 프로그램에 지역 특화를 신설해 지역 창업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부산연합기술지주 등 2곳을 추가로 선정해 이들이 해당 지역 내 기업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2년 32개사였던 보육기업 수가 2023년 40개사, 2024년 현재 64개사로 크게 늘었다. 이들은 후속 투자에서도 17곳이 78억8000만원을 유치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KIMST 지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사업에 안착하거나 성과를 낸 스타트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전기·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을 적용한 친환경 하이브리드 중소형 선박 개발사 ‘빈센’은 국내 최초로 현대차와 수소연료전지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엔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탄소 순수 전기추진 여객선 ‘정원드림호’를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 납품하며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창업 초기 직원 5명이 4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던 회사였지만, 현재는 35명이 14억원의 매출(2022년 결산 기준)을 올리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누적 투자금도 353억원에 달한다. 민간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해조류를 이용해 배양육을 개발·생산하는 씨위드라는 스타트업도 있다. 이곳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하는 등 미국 배양육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선박 표면에 붙어 있는 따개비 등 이물질을 로봇으로 제거하는 세계 최초 수중 선박 청소 로봇 기업 타스글로벌은 항만 선진국인 싱가포르에 지난해 이미 납품을 하고 있는 곳이다. 2025년까지 이외 국가에도 진출하는 걸 목표로 한다.”
―해양수산 대·중견기업 등에 이런 스타트업의 기술이 매칭되는 사례가 있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콘셉트로 대기업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있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과 진행한 조선해양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디지털 전환 기술개발)을 통해 1개 기업이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1개 기업은 삼성중공업과 5억원 규모의 납품 계약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도 SK에코플랜트와 굴 패각을 활용한 수처리 기술 등을 잘할 수 있는 5개 기업을 선정했다. 기술 검증(PoC)을 지원하고 있는 단계다.”
―정부기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많은데, KIMST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해양수산 투자기관 협의회’를 만들어 해양모태펀드, 수산모태펀드 운용사뿐 아니라 해양수산 분야에 50억원 이상 투자한 벤처캐피털(VC) 40여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VC 입장에서도 잘 모르는 해양수산 분야는 투자가 꺼려지지 않겠나. 협의회는 투자심사위원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해양수산 쪽 산업 현황과 연구개발(R&D)에서 좋은 성과가 난 기업, 신기술 인증을 받은 기업 등을 소개한다. 유망 기업 설명회(IR)를 진행하기도 한다. AC를 넘어 후속 투자까지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다.”
―요즘 해양수산 스타트업의 최대 고충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판로 개척이다. 투자 유치를 통해 어느 정도 성장하더라도 판로가 없어서 어려워지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공통 사항이다. KIMST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손잡고 대기업이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중소기업이 어디와 어떻게 납품하고 싶은지 소통할 수 있도록 관련 상담회를 열고 있다. 창업기업이 접근하기 힘든 홈쇼핑 진출도 지원한다. 화장품이나 김 같은 원물을 소비자용(B2C)으로 취급하는 중소기업은 저렴한 수수료로 SK스토어, 홈앤쇼핑 등에 입점해 판로를 확보하고 해외 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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