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출생·낮은 약가… ‘필수 소아 약’ 잇단 생산 중단
극심한 저출생과 정부 당국의 낮은 약가(藥價) 책정 등으로 소아 환자 치료에 필요한 ‘필수 소아 약’이 사라지고 있다. 제약사는 생산 단가가 높고 수요는 제한적인 소아 약 생산을 꺼리고, 그 피해는 결국 소아 환자 몫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유한양행은 해외 수출까지 하던 국내 유일의 신생아 호흡부전 치료제(폐 계면활성제) 뉴팩탄 생산을 중단했다. 재고가 소진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량 수입 제품에 의존해야 한다. 이 약은 출생 직후 폐가 미숙해 호흡 곤란에 빠지는 미숙아에게 쓰는데, 소의 폐에서 추출한 물질이 원료다. 수입 제품이 두 종류 있지만, 해외 제약사 사정이나 국제적 전염병 등으로 공급이 중단될 경우 치료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약사 측은 “정부의 무균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 강화로 현재 생산 설비로는 추가 생산을 할 수 없게 됐고, 판매량 감소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약사가 소아 약 생산을 꺼리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약 가격은 낮게 잡혀 있는데 생산 원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저출생으로 약 소비가 줄어들다 보니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최근엔 한미약품이 생산 단가 등 문제로 국내 소아용 해열진통제 가운데 유일한 좌약인 ‘복합써스펜 좌약’ 공급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은호선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작년엔 소아 경련 치료제로 쓰는 페노바르비탈 주사제 생산이 중단될 뻔했고, 최근엔 신생아 출혈 예방에 필수인 비타민K 제품도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소아 약물 대부분이 이런 생산·공급 중단 부담을 안고 있다”고 했다.
생산 중단까지는 아니지만, 공급량·수입량이 적다 보니 필수 소아 약 품귀 현상도 자주 나타난다. 지난해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아동 병원 44곳의 필수 의약품 수급 상황을 조사한 결과, 뇌전증 발작 억제 유지 약, 소아 천식 흡입 치료제 등 필수 의약품 141종이 짧게는 2주, 길게는 1년 이상 수시 품절 상태였다. 그렇다 보니 맘 카페 등에는 ‘혹시 풀미칸(소아 천식 등 치료제) 재고 있는 약국 아시나요’ 같은 글이 자주 올라온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소아 호흡기 환자를 위한 기관지 확장제 등 쓰고 싶어도 없어서 처방 못 하는 약이 수두룩하다”며 “약품 단가를 현실화해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은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이외 별도 재원을 만들어 지원하는 방식 등, 성인 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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