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금리인하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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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전격적인 빅컷 이후 주요국의 금리인하 행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물론 미국의 완강한 고용여건 등 이른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가능성을 기반으로 신중론이 재부상하고 국내에서도 부동산 시장과열 등을 이유로 금리인하에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경제문제에 정치적·지정학적 변수들의 지배력이 커지고 기후변화나 고령화, 디지털화 등과 같은 장기적인 이행문제도 시급한 현안으로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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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전격적인 빅컷 이후 주요국의 금리인하 행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계부채 논란 등으로 비교적 미온적이던 한국은행도 연내 50bp가량 금리인하가 임박한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면서 금리 정상화가 본격화한 것이다.
물론 미국의 완강한 고용여건 등 이른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가능성을 기반으로 신중론이 재부상하고 국내에서도 부동산 시장과열 등을 이유로 금리인하에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소위 매파와 비둘기파가 충돌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환경은 통화정책의 매파-비둘기파 논쟁에 국한될 성질이 아니다. 경제문제에 정치적·지정학적 변수들의 지배력이 커지고 기후변화나 고령화, 디지털화 등과 같은 장기적인 이행문제도 시급한 현안으로 가세했다. 따라서 좀 더 시야를 넓혀 우리가 마주한 불확실성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상황은 비교적 단순했다. 만성적인 수요부족 탓에 수요부양이 현안이었고 초저금리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거듭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슘페터적인 의미의 창조적 파괴를 넘어선 공급충격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기서는 통화정책이 무력했고 재정정책이 전면에 나섰다. 다만 공공부채가 급증하고 시장혼란이 가중되면서 통화정책이 다시 안전판 역할을 자임했다.
이후 사태가 호전되면서 복수의 화신마냥 인플레이션이 부활했다. 결국 중앙은행이 고강도 통화긴축으로 대응했고 그로 인해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등 금융불균형이 요동쳤지만 다행히도 금융불안과 인플레이션 둘 다 제어할 수 있었다.
다시 금리인하가 본격화한 배경이다. 하지만 금리인하의 좌표, 즉 금리조정이 의존하는 매개변수(고용인가? 금융안정인가?)나 그 목표(제로금리 복귀? 2~3%대 금리?)는 또렷하지 않다. 그 근저에는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이 도사린다. 지정학적 위험과 맞물린 무역긴장이나 에너지 충격의 위험이 큰 데다 기후변화나 고령화, 세계화의 쇠퇴, 또 부채급증 등의 구조적 역풍으로 공급 탄력성도 약화하는 탓이다. 이제 수요부진 이상으로 공급역풍의 세상이 '뉴노멀'로 부상했다.
대체로 공급충격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적인 한 중앙은행이 묵과하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기대의 불안정성이 이슈다. 따라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고인플레이션의 항구화 가능성을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로 일관한다. 아직도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에 주시하며 그때그때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중함은 오히려 중앙은행의 실제 역량과 금융시장의 기대 간의 교착에 기반한 금융사이클의 부침만 자극하는 모습이다. 본래 공급충격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의 한계가 크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공급역풍을 견뎌 내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다방면의 개혁과 왕성한 정책적 노력일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얼마 전 한국은행이 국내 입시경쟁 과열문제에 주목한 것도 자못 의의가 크다. (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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