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헬스디깅족과 뻐꾸기크루의 등장은 왜?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4. 10. 1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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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뻐꾸기는 타 둥지에 알을 낳고 그 둥지에서 부화·성장하게 한다. 최근 이러한 뻐꾸기를 빗댄 표현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마라톤대회에서 뻐꾸기크루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뻐꾸기크루는 참가비를 안내고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러닝크루를 말한다. 사실 아마추어 마라톤대회는 참가비로 운영하기 때문에 이를 내지 않는다면 타격이 크다. 더구나 분위기가 자칫 달라질 수도 있다. 이렇게 뻐꾸기크루로 참가하는 이가 한 대회에만 수천 명에 이르기도 한다니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이런 현상의 근원에는 바로 헬스디깅족이 있다.

헬스디깅족은 말 그대로 건강에 대해 파고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한다. 그런데 이런 헬스디깅족은 기존 우리의 인식과 달라졌다. 건강에 관한 관심은 대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기기 마련이다. 아무리 건강에 자신이 있어 관리하지 않았어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다. 한 번 건강에 위기를 겪으면 부랴부랴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이 헬스디깅족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헬스디깅족의 상당수는 젊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즉 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에 관심이 커졌고 여러 현상으로 나타난다.

헬스디깅족의 특징은 2가지 유형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음식이나 식품이고 다른 하나는 운동이다. 음식을 우선 보면 20~30대는 건강기능식품 구매를 많이 한다. 그 이유가 부모님 선물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먹기 위한 것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젊은 나이부터 건강기능식품을 챙기면 유난을 떤다고 했지만 이제는 서로 그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또 하나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이다. 육식 대신 비건을 하는 트렌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풍인 것은 이 때문이고 나아가 몸에 좋다면 예전 음식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할매니얼음식 선호다. 할머니나 좋아할 것 같은 흑임자가 들어간 떡이나 음료를 챙기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운동 관점에서는 마라톤대회나 러닝크루 사례에서 헬스디깅족을 관찰할 수 있다. 마라톤은 혼자 참여하는 고독한 운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 집단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러닝크루라는 개념으로 묶어볼 수 있다. 러닝크루는 단체달리기, 집단달리기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 명이 같이 뛰기 때문에 소속감도 느낄 수 있고 사람들과 관계도 맺으며 소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Z세대는 이전 세대의 끈끈한 결속보다 느슨한 관계를 더 선호한다. 언제든지 진출입이 가능할 수 있는 모임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맥락은 또 있다. 즉 러닝크루에겐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존재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NS에 올리면 더욱 호손효과와 맞물려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을 때 좀 더 긴장하고 일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을 자발적으로 선택했을 때 유효적절할 수 있다.

공부하는 자신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브이로그 방식의 기록도 같은 맥락에 있다. 공부하는 모습을 자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도와 과정을 공유하면서 최종 목적까지 이르는 것이 목적이다.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 느슨한 관계로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없고 다만 같은 관심사항을 공유하는 이들이다. 문화 취향의 공동체를 형성할 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합리화될 수는 없다. 앞서 뻐꾸기크루만이 아니라 러닝크루족이 시민들에게 갖가지 민폐를 낳고 있기에 각 지자체가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회·문화적 흐름까지 만들지만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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