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전쟁에...중국 항공사가 “띵호와” 외치는 이유

고유찬 기자 2024. 10. 1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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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영공, 中 국적기는 통행 가능

영국 유학생 정모(29)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런던행 직항 항공편 가격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인천에서 런던 가는 대한항공 직항 항공권이 150만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유 항공편을 알아봤는데 인천에서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런던으로 가는 에어차이나 항공권은 불과 40만원. 소요 시간도 직항보다 1시간밖에 길지 않은 16시간이었다. 정씨는 “베이징 공항에서 3시간을 머물며 다른 비행기로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거의 4분의 1 가격이라 감내할 만했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는 중국 국적기가 각광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러시아 항공기의 역내 진입을 금지했다. 이에 러시아도 영국·독일 등 36국 항공사에 대한 운항 금지를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대한항공 등 한국 항공사들은 러시아 영공 비행을 금지당한 상태는 아니지만 안전을 이유로 러시아 영공 비행을 피하고 있다. 혹시나 있을 민항기 오인 사격으로 인한 격추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다.

인천~런던 노선은 기존 항로(약 9000㎞·11시간50분)에서 우회 항로(약 1만1000㎞)로 변경되면서 3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인천~헬싱키 노선도 기존 9시간 30분에서 4시간이 더 소요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 국적기는 전쟁 이후에도 계속해서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면서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것이다. 기존 항로를 이용해 서방 항공사보다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내면서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동방항공은 인천~암스테르담 왕복 항공권을 최저 34만원에 팔고 있는데 상하이 경유(3시간)를 감안해도 우회로를 이용하는 직항편과 소요 시간은 거의 동일하다.

에어차이나 여객기. /AFP 연합뉴스

러시아 영공을 우회하고 있는 일본 항공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구글 재팬 등 일본 포털 사이트에는 유럽을 여행할 때 값싼 중국 항공편을 이용했다는 후기가 다수 공유되고 있었다. 거꾸로 중국에서 환승해 일본을 여행하는 유럽인들 또한 늘고 있다고 한다. 국내 항공 업계 관계자는 “러·우 전쟁 장기화로 ‘하늘 지도’가 바뀌며 중국 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 항공사들은 유럽행 노선을 대폭 늘리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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