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힘이 되는 사진 한 장
요리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명장 요리사 안유성 셰프가 연일 화제다. 방송 프로그램 녹화를 하다 보면 밤새우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안 셰프는 이 프로그램에서 꼬박 이틀 잠을 못 자며 요리를 해야 했고, 자신의 멘털이 흔들리는 순간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마음을 추스렸다는 글을 보았다. 머리가 히끗히끗한 명장 요리사도 힘들 때가 있고, 그 순간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건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속 어머니 모습 덕분이라니…. 안 셰프가 어머니와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궁금해 찾아보니 그의 어머니는 나주에서 곰탕집을 운영하셨고 어릴 때부터 아들을 데리고 토굴과 염전을 오가며 요리를 가르쳐준 그의 요리 스승이었다. 그래, 힘들 때 어머니를 찾는 건 나이와 상관없는 인간의 본성이겠구나.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외식하러 가면서 안 셰프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동안 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물었다. “자기는 힘들 때 누구 사진을 보면 힘이 날 것 같아?” “글쎄, 미래의 나 자신?” 내가 생각한 대답이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춘기 딸에게 다시 물어봤다. “너는 힘들 때 누구 사진 보면 힘이 나?” “나는 ‘라이즈’ 원빈이 사진.” “엄마 아빠 사진 아니고?” “엄마 아빠는 매일 보잖아. 나는 힘들 때 원빈이 사진 보면 없던 힘이 생기고, 공부하기 지겨울 때도 원빈이 사진 보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역시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내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자 이번에는 딸이 물었다. “아빠는 힘들 때 엄마랑 내 사진 보면 힘이 나?” “응. 나는 우리 가족 사진 보면 힘이 나는데, 아니구나?” “그럼 아빠는 힘들 때 엄마랑 내 사진 보면서 힘내. 난 원빈이 사진 보면서 힘 낼 테니까.” 우리는 원래 동대문 닭한마리집에 가려고 했는데 마침 줄 서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결국 근처에 있는 보리밥집에 가서 보리밥 하나, 감자전 하나, 코다리찜 하나, 그렇게 각자 메뉴를 시켜서 각자 먹고 집으로 왔다.
그래, 가족 사진이 아니면 어떠냐, 누구 사진 보더라도 힘이 난다면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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