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번, 3시간의 ‘바흐 마라톤’… “바로크 시대 다섯 줄 첼로도 쓰죠”
“계속 학교만 다니고 있어서 눈치는 많이 보이는데.”
첼리스트 문태국(30)이 지난 7일 인터뷰에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열 살 때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하고 2014년 파블로 카살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해서 일찍부터 ‘첼로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남가주대·줄리아드 음악원에 이어서 올가을 독일 뒤셀도르프 음대로 다시 유학을 떠난다. 이번이 네 번째 학교인 셈. “그래도 한번 끊기면 되돌아가기 힘드니까 어떻게든 가방끈을 부여잡고 있어요(웃음).”
그가 바꾼 건 단지 학교만이 아니다. 이전에는 여느 연주자들처럼 금속성 네 줄 현(絃)의 현대식 첼로를 사용했다. 하지만 올해 ‘첼로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6곡) 녹음을 앞두고 다섯 줄짜리 첼로를 힘들게 구했다. 일반 첼로의 8분의 7 크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작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인 ‘피콜로 첼로’로 불린다. 네 줄에서 다섯 줄로 바뀌면 손가락의 운지법(運指法)이 모두 달라지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수소문 끝에 10시간 동안 운전해서 힘들게 가서 구한 뒤, 한 달 동안 밤새도록 연습했다”고 했다.
최근 발매한 바흐 모음곡 전곡 음반(워너클래식스)에서도 모음곡 1~5번은 1700년산 네 줄 첼로로 연주했지만, 마지막 6번은 작곡가의 의도대로 피콜로 첼로로 녹음했다. 바흐 당대인 바로크 시대의 활과 현(絃), 연주법도 일부 적용했다. 학교부터 악기까지 그가 모두 바꾸고 나선 이유가 있다. 5년 전 데뷔 음반에서도 그는 바흐 모음곡 가운데 1번을 연주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에는 부드럽고 정제되고 깨끗한 울림만을 추구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바로크 시대의 현을 쓰면 잡음도 더러 생기고 거친 음색이지만 오히려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전의 현대식 첼로가 청주(淸酒)라면, 바로크 악기는 탁주(濁酒) 같은 매력이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5년 만에 두 번째 음반을 내놓은 그는 ‘첼로 마라톤’도 펼친다. 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오후 2시와 8시 두 차례에 걸쳐서 바흐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 두 차례 연주회는 휴식 시간을 합쳐서 총 3시간여에 이른다. 그는 “무대에서 반주자 없이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호흡을 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벌거벗은 느낌도 많이 든다”면서 “하지만 바흐에 가까운 소리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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