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태균은 뭘 믿고 협박하고, 용산은 뭐가 켕기는 게 있나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입 열면 진짜 뒤집힌다. 내가 (감옥에)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날 잡으면 한 달이면 대통령이 탄핵당할 텐데 (검찰이) 감당 되겠나”라고 했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가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이다. 명씨는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 측에서 대가성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대통령과 검찰을 상대로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이다. 명씨는 처음에 “대통령 자택에 여러 번 갔다”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맺은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더니 점차 “대통령하고 (텔레그램을) 주고받고 (여사와) 수시로 통화했다” “총리를 천거했다” “대선 단일화에 관여했다”며 자신이 대통령 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대통령을 상대로 협박하는데도 대통령실의 해명은 석연치가 않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명씨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서초동 대통령 자택을 찾아와 만났고, 엉뚱한 조언을 해서 소통을 끊었다”고 했다. 대선 이후에는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소개했다는 대통령실 주장을 반박하면서 “2022년 10월, 11월에 있었던 일에 대해 명태균씨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를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대선 이후에도 김 여사와 소통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에게 명씨를 소개한 또 다른 정치인으로 지목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021년 7월 윤 대통령 부부와 처음 만나는 자리에 명태균씨가 나와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이준석, 김종인씨 설명이 서로 엇갈린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허위 의혹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해 왔다. 그러나 명씨에 대해선 해명이 늦고, 그 해명이 또 다른 의혹을 만들고 있다. 야당들은 대통령 부부가 명씨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체불명 ‘정치 브로커’ 한 명의 입에 대통령실과 여권 전체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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