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오도일 대감의 음주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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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7년(숙종 23년) 봄.
"성상께서 기우제를 거행하던 날 오도일이 비틀거리며 지존의 앞자리를 밟고서 구역질을 하고 취한 것을 감당하지 못해 넘어졌습니다. 전하는 한데서 거처하시며 정성으로 밤이 새도록 기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시는데 그는 방자하게 술을 잔뜩 마시고 무엄하게 한단 말입니까? 죄를 분명하게 시행하지 않는다면 하늘에서 틀림없이 비를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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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7년(숙종 23년) 봄. 때아닌 찬바람과 독기서린 안개가 한 달 동안 조선의 대지를 불태웠다. 가뭄과 기근으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아비가 자식을 죽였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으며 울음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4월22일 숙종은 직접 사직단(社稷壇)에 나가 비를 기원했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사고가 터졌다. 제단에 술을 올리는 소임을 맡은 이조참판 오도일(吳道一·1645~1703년) 대감이 술에 취해 음복주(飮福酒)를 뒤엎었다.
임금은 꾹 참았다. 환궁중 의금부를 찾아 사면령을 내렸다. 쌀을 베풀어 굶주린 백성들을 먹이게 했다. 승정원에 비망기(備忘記)를 전하고 당부했다. “너희들은 마음을 깨끗이 하여 가뭄이라는 재앙이 우연한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공경하고 받들어 하늘의 꾸지람에 응답하라. 내 수라상의 음식을 줄이고 술을 금하며 거둥할 때 북을 치지 말라.”
약삭빠른 오도일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튿날 상소를 올려 사직을 청했다. 하지만 장악원(掌樂院)의 유신일(兪信一)이 오도일을 탄핵하고 나섰다. “성상께서 기우제를 거행하던 날 오도일이 비틀거리며 지존의 앞자리를 밟고서 구역질을 하고 취한 것을 감당하지 못해 넘어졌습니다. 전하는 한데서 거처하시며 정성으로 밤이 새도록 기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시는데 그는 방자하게 술을 잔뜩 마시고 무엄하게 한단 말입니까? 죄를 분명하게 시행하지 않는다면 하늘에서 틀림없이 비를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숙종은 즉각 호응했다. “오도일은 행동거지가 괴이하고 한심스러웠다. 경건해야 할 곳에서 두려웠는데 정말 음복주를 엎질렀다. 그런데 핑계대면서 변명하니 누구를 속이려는 것인가? 의금부는 당장 그를 잡아다 조사하라!” 이조참판 오도일은 결국 26일 파직돼 조정에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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