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12] 여주 영릉, 가을 왕릉 숲을 걷다
가을빛이 아름다운 여주 영릉(英陵)을 찾았다. 영릉은 세종(1397~1450)과 소헌왕후(1395~1446)를 모신 능이다. 세종대왕 안식처에서 아름다운 계절을 마음에 담으니 감회가 남다르다. 왕의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효종과 인선왕후를 모신 영릉(寧陵)을 만난다. 두 영릉이 있어 ‘여주 영릉과 영릉’으로 불린다.
오랜 기억 속 영릉은 5월 15일인 ‘세종대왕 나신 날’이자 스승의 날 그리고 ‘한글날’ 즈음 찾던 특별한 소풍 장소였다. 영릉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과는 사뭇 다르게 서 있는 동상과 세종대왕의 찬란한 업적을 기리는 역사문화관이 자리하고 있다.
영릉은 조선 왕릉 중 최초로 하나의 봉분에 두 분을 모신 합장릉이다. 능침의 배치는 ‘국조오례의’ 예를 주로 따랐다. 앞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에 세종, 오른쪽엔 소헌왕후를 모셨다. 하지만 처음에 영릉은 경기도 광주(현재 서울 서초구) 세종의 선왕 태종을 모신 헌릉 인근에 자리했다. 영릉 터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예종 1년 1469년 천하의 명당이라 알려진 현 위치로 영릉을 옮겼다.
영릉은 꽃봉오리를 에워싼 듯한 모란반개형(牡丹半開形) 명당으로 알려졌다. 영릉에 들어서 홍살문을 지나 정자각을 지나면, 능침까지 이어지는 ‘도래솔길’이 있다. 무덤가를 호위하듯 둘러선 소나무를 도래솔이라 하여 이름 붙은 길이다. 도래솔길을 따라 오르면, 아름다운 전경이 넓게 펼쳐지며 봉분과 석물들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성군을 향한 존경과 오랜 세월 능을 가꿔 온 사람들의 손길까지 느껴져 경외감마저 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 왕릉을 흔히들 ‘신들의 정원’으로 칭하는데 더없이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조선 왕릉은 역사적 유산과 자연과의 조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가을날 왕릉은 자연의 깊이가 더해져 아름답다. 한글 세상을 온전하게 누리는 아이들이 찾아와 “세종대왕님 고맙습니다”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왕릉 숲에 맑게 메아리친다. 세종대왕 모신 곳에 가을 햇살이 가득하다.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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