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창덕]정부가 인위적으로 공사비를 조정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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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민생토론회에서 '1·10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때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고 했다.
나머지는 비싼 운송 비용을 감안하고도 공사비를 낮출 수 있을 만큼 아주 값싼(저질) 시멘트를 들여오는 것이다.
시멘트를 수입해서도 공사비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선 이동통신사에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듯 할 순 없지 않은가.
공사비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시공사와 아파트를 싸게 지어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조합이 이견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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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심상치 않게 뛰자 공급 속도를 높여 이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서였다.
시멘트 수입해 공사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
그런데 이런 대책들이 나올 때마다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사비 문제였다. 정부가 아무리 드라이브를 걸어도 민간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공허한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민간의 움직임을 막고 있는 게 치솟은 공사비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공사비 지수는 2020년 연간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작년 127.90까지 올랐다. 올해는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130을 웃돌기도 했다. 8월 역시 129.71이다. 전국 재개발 및 재건축 현장 곳곳에선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시끄럽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거다. 이달 초 나온 공사비 대책이 그 결과물이었다. 눈에 띄는 내용은 시멘트 수입 지원이다. 국내 시멘트 가격은 2021년 t당 7만8800원에서 지난해 11만2000원까지 40% 넘게 올랐다. 수입 시멘트를 들여오도록 유도하면 이 상승세가 멈출 것이란 논리다. 다시 한번 꺼낸 ‘공급’ 카드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왜 이제까지 시멘트를 수입하지 않았을까. 간단히는 이로울 게 별로 없어서다. 시멘트는 반도체와 다르다. 부피가 커서 수입이나 수출을 하려면 운송비가 너무 많이 든다. 그나마 가까운 중국이 유일한 수입처가 될 텐데, 그마저도 계산이 맞지 않았다. 정부가 시멘트 저장시설과 유통설비 인허가를 지원해 준다 한들 해결될지 의문이다.
결국 둘 중 하나다. 우선 정부 의도와 달리 수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나머지는 비싼 운송 비용을 감안하고도 공사비를 낮출 수 있을 만큼 아주 값싼(저질) 시멘트를 들여오는 것이다. 정부는 수입 시멘트 품질인증을 강화해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국내 시멘트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의미 있는 규모를 수입하려면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 대책은 타깃 설정이 중요하다. 이미 오른 공사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걸 목표로 삼는 게 맞을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할 때 스페인산 계란을, 배추값 잡으러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멘트를 수입해서도 공사비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선 이동통신사에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듯 할 순 없지 않은가.
현장 갈등의 중재자 역할 나서 주길
차라리 현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주택공급 속도를 높일 방안을 찾는 데 정부의 힘을 모아줬으면 한다. 이를테면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설치해 뒀지만 현재 유명무실해진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공사비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시공사와 아파트를 싸게 지어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조합이 이견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지금처럼 공사비 부담이 클 때 양측 의견은 더 첨예하게 갈리기 마련이다.
정부가, 또는 정부의 위임을 받은 이가 적절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도심 주택공급이라는 목적지에는 의외로 빨리 도달할 수 있다.
김창덕 산업2부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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