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표적수사 관련 입법은 신중해야

2024. 10. 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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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수사'를 금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수사기관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의 혐의가 드러나 있지 않음에도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속하여 특정인에 대한 범죄의 혐의를 찾는 행위"를 표적수사로 정의한다.

2022년 5월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4항에서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할 수 없다고 별건수사를 명문으로 금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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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수사’를 금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수사기관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의 혐의가 드러나 있지 않음에도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속하여 특정인에 대한 범죄의 혐의를 찾는 행위”를 표적수사로 정의한다. 그런데 법문언을 나누어서 살펴보아도 표적수사가 무엇인지 난해하다.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헌법이 천명하는 적법절차 원칙에 의하여 수사함은 당연하므로 새삼 반복하지 않아야 간결하다. ‘범죄의 혐의가 드러나 있지 않음’, 수사기관은 수사를 개시할 무렵에는 범죄의 혐의가 드러날지 여부를 미리 알 수 없으므로 표적수사의 요건으로 삼기에는 어색하다. 어느 시점에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할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 수사기관이 이미 혐의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음에도 끊임없이 수사하는 행위는 현재도 허용되지 않는다. 수사에는 그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는 수사 비례의 원칙이 적용되어 왔다. 표적수사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어서 도입할 실익이 낮다.
최익구 변호사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 수사를 통하여 범죄의 혐의가 드러나면 비로소 범인을 특정하게 된다. 수사는 특정된 범인을 처벌하기 위하여 증거를 수집·보전하고 공소를 제기할지를 결정하는 동태적 과정이다.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표현을 허용되는 수사와 금지되는 수사를 구별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가 전혀 없음에도 수사 대상만을 먼저 정해두었음이 분명해서 국민 대다수가 표적수사라고 여길 만한 사례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지 실증적 논거가 요구된다.

‘계속하여 특정인에 대한 범죄의 혐의를 찾는 행위’,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제197조 제1항에 따라 검사,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수사 중에 다른 사건(별건)에 대한 수사의 단서가 발견되어 추가적인 수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교법적으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우리와 유사하게 수사할 의무를 둘 뿐이다. 범죄 혐의의 유무가 명백해지기 전까지 계속하는 수사를 위법하다고 본다면 사실상 수사 자체가 위축될 위험이 있고, 수사기관의 직무 유기를 부추기는 셈이다.

입법의 공백도 크지 않다. 2022년 5월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4항에서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할 수 없다고 별건수사를 명문으로 금지하였다. 별건수사는 표적수사보다 범위를 좁혀서 해석의 혼란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편인데, 지난 2년여 동안 별건수사를 인정한 판결을 찾기 어렵다. 다시 추상적·선언적 조항을 더하기보다는 피의자를 지나치게 장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두지 않는 신속한 절차를 마련하기 위하여 지혜를 모아야 한다.

끝으로 개정안은 지방법원판사가 별건수사나 표적수사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영장을 기각하도록 하였다.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판사의 재량 없이 영장 기각을 강제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적잖다. 부디 국회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최익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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