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글로 쓴 ‘무학의 꿈’…“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KBS 전주] [앵커]
오늘은 5백78돌 한글날이죠.
예전에는 형편이 좋지 않아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백발이 무성해진 무학의 소년소녀들이 뒤늦게 글공부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요,
조선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부족한 시절.
조병순 씨는 동생이 치료 한 번 못 받고 허망하게 떠난 기억이 선명합니다.
여든다섯이 되어서야 난생처음 편지를 썼습니다.
[조병순/무주군 설천면 : "아가야(동생아). 내가 지금 늦게나마나 책가방을 메고 학교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네가 너무 생각이 나서…."]
영어는 물론 한글도, 익숙지 않은 일흔아홉살 김이순 씨는 최근 무인 주문기 앞에서 당황했던 일을 시 한 편에 담았습니다.
[김이순/부안군 행안면 : "그냥 가져가라고 하는 것인지? 불러도 대답이 없네. 몇 번이고 집었다 놓았다 하는데…."]
전북에서 의무 교육을 받지 않은 성인은 22만여 명.
전체 인구의 15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이수진/정읍울림야학교장 : "저희가 찾아가는 마을 교육도 했었거든요. 한 마을에 30가구가 있으면 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한 25가구예요. 다 무학인 거죠. 그러니까 그분들의 삶의 질이…."]
늦게 배운 글 공부가 더 재미있는 법.
백발 무성한 학생들의 향학열은 날로 불붙고 있습니다.
[남금숙/고창군 흥덕면 : "요양보호사 따는 게 소원이었고 운전면허증 따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근데 이게 공부를 하다 보니까요. 자신감이 자꾸 생겨가지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그래요."]
[김이순/부안군 행안면 : "(앞으로 꿈이 있으신가요?) 꿈이요?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다 공부하고 싶어요. 꿈이…."]
뒤늦게 틔운 무학의 꿈, 천천히 그리고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선우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
조선우 기자 (ss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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