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도 ‘AI’… 화학상에 구글 딥마인드 주역
베이커·허사비스·점퍼 3人 영예
물리학상 ‘AI대부’ 선정 이어 또
베이커, 새로운 단백질 설계 성공
바이오 산업 발전 기여도 높아
‘알파고 아버지’ 허사비스·점퍼
단백질 구조 예측 ‘알파폴드’ 개발
노벨위, AI 발전 성과 인정 주목
베이커 “인공지능 지닌 힘 실감”
딥마인드 공동수상자에 공 돌려
인공지능(AI)이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과학계에 가득한 가운데 AI의 선구자들이 또다시 노벨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핵심 인사들이 202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상금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000만원)로 절반은 베이커, 나머지 절반은 점퍼와 허사비스가 나눠 갖는다.
전날 ‘AI의 대부’ 제프리 힌턴 교수가 예상을 뒤엎고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뒤 이들은 화학상의 유력한 수상자로 지목됐다. 보수적인 수상자 선정으로 유명한 노벨위원회가 AI를 ‘과학의 미래’로 받아들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들은 논문 인용 횟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데이터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로부터 유력한 수상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2021년 발표된 알파폴드 관련 논문은 이미 1만6000회 이상 인용됐다.
세 사람의 공동 수상자 중 베이커는 인체를 이루는 단백질의 구조를 연구해온 과학자다. 20여가지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은 생명체를 이루는 일종의 ‘블록’ 같은 역할을 하는데 베이커 교수는 2003년 이 아미노산들을 이용해 기존에 존재했던 단백질과는 전혀 다른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베이커 교수 연구팀은 의약품, 백신, 나노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단백질들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특히, 그는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거둬왔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등장한 ‘알파폴드 2’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돌파구를 열었다. 알파폴드는 과학자들이 기존에 밝혀낸 단백질 구조 관련 데이터를 학습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해냈다.
이후 전세계 190개국에서 200만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알파폴드2를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사실상 모든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화학자가 아니라 경영자인 허사비스가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은 큰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AI 기술 발전이 이번 성과를 만들어냈음을 노벨위원회가 인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루 전 물리학상 수상과 함께 AI는 이제 과학의 혁신을 이끄는 연구 도구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베이커 교수도 단백질 구조 관련 연구에서 딥마인드의 기여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수상 후 전화 연결에서 “점퍼와 허사비스가 단백질 구조 예측에 대해 뚫어낸 돌파구는 정말로 AI가 가질 수 있는 힘을 우리에게 보여줬다”면서 “이는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AI 방법론을 단백질 설계에 접목하도록 해줬으며, 힘과 정확성을 크게 키워줬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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