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배운 한글…시화로 풀어낸 삶 이야기
[KBS 광주] [앵커]
578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소중함과 가치가 새삼 조명받고 있습니다.
광주에서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이 늦게나마 한글을 배우고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 시화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김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얀 도화지 위에 담담히 써내려간 한 편의 시.
시 속에는 한글을 읽지 못해 길을 잃고 눈물을 쏟았던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이 담겼습니다.
["번데기 주름잡듯 한글도 제대로 못해도 친구들 따라 학교에 왔다. 1년 잘 보냈다. 공부가 기쁘고 행복했다."]
일흔 무렵에야 한글 공부에 뛰어든 어르신들의 작품입니다.
[김길순/성인문해교육 수강생 : "은행에 가서 돈을 찾거나 할 때 글을 몰라서 써달라고 하기가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지금은) 우리 영감님(남편)한테 편지를 쓰고 영감님이 감동(했죠)."]
시화전에 출품된 늦깎이 학생들의 작품은 모두 70여 점.
작품에는 한글을 배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저마다의 사정과 서러운 삶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김우림/관람객 : "그 세월이 얼마나 답답하셨고 알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강했는지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었고) 한글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건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한미준/광주희망평생교육원 이사장 : "내가 한글을 모른다는 걸 누군가 알까봐 학교에 오는 것도 몇년을 망설이다 오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첫날 수업을 하고 ㄱ, ㄴ을 배워서 공책에다가 그 글자를 쓰는 순간 그 자리에서 엉엉 우시는..."]
이번 시화전은 이번달 말까지 전일빌딩과 아크레타양림에서 차례로 진행됩니다.
KBS 뉴스 김호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
김호 기자 (k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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