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싱가포르서 “한반도 자유통일 땐 인·태 평화에 큰 진전”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시내 한 호텔에서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싱가포르 렉처’에 참석해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반도 통일 비전’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8·15 독트린’ 국제사회 공표

‘아세안’ 참석차 라오스 도착
이시바 일 총리와 첫 회담 예정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자유 통일 한반도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물론 인·태(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한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강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국제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역내 국가 간, 지역 간,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연의 핵심은 윤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밝힌 ‘8·15 통일 독트린’의 논리를 국제사회로 확장해 공표했다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자유의 가치를 크게 확장하는 역사적 쾌거가 될 것”이라며 “통일 한반도는 가난과 폭정에 고통받는 2600만명의 북한 주민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큰 자유를 얻게 된 한국은 역내와 국제사회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통일 한반도’가 달성되면 “역내 해상에서의 불법 거래 수요가 대폭 줄어들고 보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 질서를 보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은 인·태 지역의 경제 발전과 번영에도 강력한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개방된 한반도를 연결고리로 태평양-한반도-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은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에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북한에 대한 위협은 전혀 되지 않는다”며 “우리의 통일 원칙과 비전은 자유, 평화 통일이다. 어떤 무력과 물리력에 의한 강제적인 통일은 헌법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다만 우리는 통일은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주의 체제를 한반도 북쪽으로 확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리는 라오스에 도착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와 첫 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또한 캐나다·호주·라오스·베트남·태국 정상과도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박순봉·유새슬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