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늘 감옥으로 스스로 올라간 노동자
“오늘 제 발로 하늘 감옥으로 올라왔습니다. 오늘은 이 현장, 내일은 저 현장 매일 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하루의 고통을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는 우리 건설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세상을 향해 한 번은 소리치고 싶어 스스로 하늘 감옥에 올라왔습니다. ‘우리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지난 10월2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광고탑 고공농성에 돌입한 두 명의 노동자가 농성에 들어가며 남긴 글이다. 건설경기가 어려워지자 건설업체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일당이 높은 건설조합원들을 현장에서 내모는 것이었다. 그 자리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졌다. 그리고 이젠 고용을 무기로 내·외국인 건설노동자들의 일당을 삭감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건설노동자들을 ‘건폭’으로 매도하며 건설노조를 탄압했다. 그 과정에서 양회동 노동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건폭몰이 이후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는 근절됐을까. 이번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제보받은 건설현장의 불법 사례를 보면 건설노조 탄압 이후 건설현장은 오히려 불법 천지가 됐다.
먼저 불법 상납이 만연해졌다. 경기도 용인의 한 건설현장에서 “2023년 9월부터 2024년 5월까지 현장소장과 공무과장에게 매월 200만원씩 상납했다”는 내용의 영상과 함께 현금 인출 내역서가 담긴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에 따르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계좌이체는 하지 않았으며 1월22일 500만원, 2월22일 500만원, 4월18일 300만원을 찾은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불법행위는 정부의 건폭몰이로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된 틈을 타 조합원들의 고용을 기피하면서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가능했다.
공공 발주 현장도 불법이 만연하긴 마찬가지다. SH가 발주한 A지구 현장은 대대적으로 ‘원청 직접시공제’를 홍보한 곳이었다. 하지만 제보에 따르면, 철근 공정과 관련해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었고, 매달 소모한 철근 톤에 따라 기성을 지급받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명백한 불법 하도급이다.
공공기관 건설현장에서도 임금 중간착취가 벌어지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건설현장에서 제공한 8월 노무비 명세표에 따르면 205명의 현장 노동자 중 전자적 시스템을 통해 임금이 직접 지급된 인원은 5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인원의 경우, 팀장에게 팀원의 임금을 주면 팀장이 그 금액에서 일부를 중간착취하고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불법이 만연하니 민간은 오죽하겠나.
지난 세월 오랫동안 건설노동자들은 일용직 비정규직으로 다음 일자리를 걱정하며 살아왔다. 그나마 노조를 통해 건설업계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건설현장 고용 시스템에 변화를 줘 일정 부분 이를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조의 노력은 정부의 건폭몰이 탄압으로 한순간에 무너졌고 과거의 일용직 노가다 시절로 되돌려놓았다.
2021년 광주 학동, 2022년 광주 화양동, 2023년 인천 검단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불법 하도급을 방지해야 한다고 시민과 국회, 정부가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방안은 없다. 발주자와 원청에 불법 하도급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부여하며, 불법 하도급 대상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건설현장 내에서 불법 하도급과 임금 착취가 없어지고 불법이 근절되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이 그토록 이야기하는 건설현장의 진정한 노동개혁이 아닐까.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더 추워지기 전에 하늘 감옥으로 올라간 건설노동자들이 땅을 밟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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